63년 동안 헌혈로 240만명 살린 '황금팔의 사나이' 별세

입력 2025.03.04 06:35수정 2025.03.04 08:19
63년 동안 헌혈로 240만명 살린 '황금팔의 사나이' 별세
평생 1000회가 넘는 헌혈로 240만명이 넘는 아기들의 생명을 구한 제임스 해리슨이 지난달 숨을 거뒀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호주에서 평생 헌혈로 240만명이 넘는 아기들의 목숨을 구한 희귀 혈액 남성이 88세로 숨을 거뒀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제임스 해리슨은 지난달 17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한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해리슨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혈장 헌혈을 한 사람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호주에서는 '황금팔의 사나이'로 불린다.

해리슨의 혈액에는 태아 및 신생아 용혈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희귀항체 Anti-D가 포함돼있다.

Rh- 혈액형을 가진 산모가 Rh+ 혈액형의 태아를 임신하면 출산 과정에서 태아의 적혈구가 산모의 혈액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때 산모의 면역 체계가 태아의 Rh+ 적혈구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Anti-D 항체를 생성한다.

첫 임신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번째 Rh+ 태아를 임신할 경우 산모의 Anti-D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의 적혈구를 공격해 태아 용혈성 질환(HDFN)을 유발할 수 있다.

적혈구가 손상되어 혈구 밖으로 헤모글로빈이 빠져 나오는 용혈이 심해지면 빈혈과 저산소증, 전신 부종, 심한 황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Anti-D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해 산모가 항체를 형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리슨씨의 혈장에는 자연적으로 Anti-D 항체가 포함돼 있었으며 이는 Rh- 산모에게 투여하는 Anti-D 면역글로불린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1960년대 중반 Anti-D 치료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진단받은 아기 2명 중 1명이 사망할 만큼 심각한 질환이었다.

해리슨은 14세 때 흉부 수술을 받던 도중 수혈을 받았던 것을 계기로 이후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헌혈을 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18세부터 81세까지 2~3주 간격으로 꾸준히 헌혈을 실천했다.
그의 총 헌혈 횟수는 1173회에 달한다.

적십자 호주 지부인 ‘라이프블러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해리슨과 같은 항-D 항체 기증자가 200명가량 있으며, 이들은 매년 4만5000명에 달하는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호주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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