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연예 미디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킬머는 이날 로스앤젤레스(LA)에서 눈을 감았다.
고인의 딸 메르세데스는 뉴욕 타임스에 폐렴이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킬머는 2014년 인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오다 회복하기도 했다.
1959년 12월31일 LA에서 태어나 도시의 북서쪽 끝에 있는 채츠워스 동네에서 자란 고인은 17세에 예술 명문인 뉴욕 줄리어드 학교 연기 프로그램에 입학한 가장 어린 학생 기록을 세우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1983년 존 번이 연출한 스코틀랜드 카펫 공장의 젊은 노동자들에 대한 드라마 '더 슬랩 보이스(The Slab Boys)'로 브로드웨이 데뷔했다. 이 드라마엔 숀 펜과 케빈 베이컨도 출연했다.
1988년 볼더의 콜로라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햄릿 역을 맡았고, 1992년 조앤 아칼라이티스가 연출한 야코비안 비극 '티스 피티 쉬스 어 호(Tis Pity She's a Whore)에서 남주인공 조반니 역을 맡는 등 무대에서 활약했다.
동시에 스크린의 러브콜도 잇따라 받았다. 거장 감독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아웃사이더스'(1983) 출연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킬머는 훤칠한 외모로 블록버스터 영화에게 성공 잠재력을 평가 받았다.
초창기엔 로커 역을 여러 번 맡았다. 특히 1984년 스파이 패러디 영화 '톱 시크릿!'에서 록 스타를 코믹스럽게 연기하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1985년 SF 코미디 '리얼 지니어스'에선 똑똑한 대학생 역을 맡았다.
특히 1986년 토니 스콧 감독 영화 '탑건'에서 냉정하고 거만한 캐릭터인 '아이스맨 대위' 역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할리우스 스타 톰 크루즈가 맡은 이 영화의 주인공 '매버릭'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역할에 대해 "킬머가 스타 앙상블의 일원으로서 충분히 제몫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든 역할"이라고 평했다.

특히 조엘 슈마허가 감독한 '배트맨 포에버'는 그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작품은 호평을 받지 못했으나 그가 입은 의상 등을 비롯해 외형적으로는 이상적인 배트맨에 가까운 근사치였다는 반응을 얻었다.
고인의 연기력에 대한 가장 큰 호평은 '더 도어스'에서 나왔다. 해당 영화는 미국의 전설적인 사이키델릭 록 밴드 '도어스'를 다뤘다.
킬머는 카리스마 있고 파멸적인 팀의 프런트맨 모리슨을 관능적으로 연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킬머는 오디션 전 모리슨의 모든 노래 가사를 외웠다. 그와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며 거의 1년 동안 역할에 몰두했다. 미국 스타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킬머가 연기한 모리슨에 대해 극찬했다. '도어즈'는 최근 국내에서 재개봉하기도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스콧이 감독한 폭력적인 마약 추적 영화 '트루 로맨스(True Romance)'(1993)에선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연기한 영화의 반영웅적 주인공이 상상한 대로 조언 해주는 멘토 역을 카메오로 연기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만큼 여러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폴락'(2000)에서 에드 해리스가 연기한 화가 잭슨 폴록의 동료 예술가인 빌렘 드 쿠닝을 연기했고, 올리버 스톤의 장대한 서사시 '알렉산더'(2004)에선 알렉산더 대왕(콜린 패럴)의 아버지인 마케도니아의 필립 역을 맡았다.
킬머는 특히 경력 내내 관객과 영화 제작자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행보와 인상을 남겼다.

정치 스릴러 '스파르탄'(2004)에서 킬머와 작업한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마멧은 "발이 배우로서 가진 훌륭한 자질은 모든 걸 즉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2005년 냉소적인 살인 미스터리 영화 '키스 키스 뱅 뱅(Kiss Kiss Bang Bang)'에서 킬머와 공동 주연을 맡았던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와 절친이 됐다며 "발이 '태생적 괴짜'라는 사실은 대중에게 새로운 소식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엔 고인에 대해 수십 년간 쌓아온 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발(Val)'이 공개됐다. 자녀들이 서브프로듀서를 맡았고, 아들 잭이 내레이터를 담당했다. 이 다큐는 여러 상을 받았는데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역사/전기 다큐멘터리 부문'도 그 중 하나다.
킬머는 2012년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에서 10년 이상 주류 할리우드에서 멀어져 있었던 것과 관련 자신의 경력이 특이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다른 관심사가 있었고,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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