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흔히 육즙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기는 자주 뒤집지 말라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한 번만 뒤집고 두는 것보다, 자주 뒤집는 게 더 빨리 고기를 익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식품 과학자 해럴드 맥기는 뉴욕 타임스에 이 같은 사실을 기고했다. 그는 "컴퓨터 모델링으로 열전달 물리학을 학습하던 중 자주 뒤집을수록 열이 고기에 더 고르게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실제로 조리해 봤고, 더 많이 뒤집을수록 열이 고기에 더 고르고 빠르게 전달돼 조리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고 했다.
고기 빨리 익히는 가장 효율적 방법..'30초마다 뒤집는 것'
고기를 구울 때 뒤집는 횟수는 맛이나 육즙의 양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주 뒤집든, 한 번만 뒤집듯 맛은 비슷하다. 고온에서 태우지만 않으면 된다.
다만 고기를 자주 뒤집을수록 빨리 구울 수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햄버거 패티 등 종류와 상관없이 대부분 고기에 적용된다.
요리 과학자이자 '더 푸드 랩(The Food Lab)'의 저자 J. 켄지 로페즈-알트는 동일한 부위, 동일한 시간으로 스테이크를 조리하되 한 고기는 한 번만 뒤집고 다른 고기는 여러 번 뒤집는 실험을 한 바 있다.
그는 스테이크를 ▲딱 한 번만 뒤집기 ▲매분 뒤집기 ▲30초마다 뒤집기 ▲15초마다 뒤집기, 네 가지 방법으로 중심 온도가 이상적인 미디엄레어 수준인 54도가 될 때까지 구웠다.
그 결과 30초마다 뒤집은 스테이크가 가장 빨리 54도에 도달했다. 그다음은 15초마다, 1분마다, 단 한 번 뒤집은 스테이크 순으로 빨리 익었다. 30초마다 뒤집은 스테이크는 한 번 뒤집은 스테이크보다 약 2분 정도 더 빨리 익었다.
켄지는 "15초마다 뒤집은 스테이크는 팬과 접촉하고 있는 시간보다 공기에 노출된 시간이 너무 많아 30초마다 뒤집은 스테이크보다 더 오래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여러 번 뒤집어 주는 게 더 빠르고 골고루 익히는 방법이다. 먹어봤을 때 둘 사이에 맛의 차이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초보자들은 태워 먹을 위험이 높다면 굳이 한 번만 뒤집기를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며 "게다가 자주 뒤집는다고 육즙이 빠지지 않으니 태우지 말고 잘 익혀 먹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했다.
고기를 구울 때는 뒤집는 횟수와 상관없이, 고기가 타거나 바싹 구워지지 않도록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고기 구울 땐 태우지만 않으면 된다
센불에 고기를 굽다 보면 유해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높은 온도에서 고기를 구우면 HCAs(헤테로사이클릭아민)라는 독성물질이 발생하는데, 이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 100도 이하에서 가열 조리하는 경우 HCAs가 거의 생성되지 않지만 200도에서는 3배나 늘어난다. 이외에도 고기가 불꽃에 직접적으로 닿으면 발암물질인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탄 부분을 떼고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두 번 먹는 것은 괜찮아도 오랫동안 꾸준히 먹게 되면 몸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PAHs는 피어오르는 연기와 탄 부분을 제거한 고기에도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기를 구울 때는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