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에겐 좋은 나라"..'조건없는' 흉악범 신상공개 청원, 국회로

입력 2024.12.03 05:00수정 2024.12.03 08:16
"나쁜 놈들에겐 좋은 나라"..'조건없는' 흉악범 신상공개 청원, 국회로
살인사건 가해자 류모(왼쪽부터)씨와 피해자 정혜주씨, 피해자 모친 차경미씨. 정혜주씨 유가족 제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흉악범에 대한 ‘조건 없는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겨져 심사받게 됐다.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 게시된 ‘전면적인, 조건없는 흉악범 신상공개 촉구에 관한 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날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청원은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 부의 여부가 결정된다. 본회의에 부의돼 채택될 경우 국회 또는 정부에서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해당 청원은 JTBC ‘사건반장’ 진행자 양원보 기자가 직접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자는 “조건없는 흉악범 신상공개를 원한다. 아무리 잔혹한 살인마여도 여론이 펄펄 끓어도 검찰과 경찰이 결정하지 않으면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모자이크 범벅된 ‘A씨’는 이제 필요 없다”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청원에서 양 기자는 “대한민국은 나쁜 놈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라다. 신상이 알려질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연쇄살인범 유영철만 봐도 그렇다. 유영철의 신상은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음성적으로 퍼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1998년 대법원 판결 이후 ‘가해자 인권 선진국’이 됐다. 신상공개를 하면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도록 한 판결이 그때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일반 시민은 물론 언론도 침묵해야 했다. 방송과 신문이 모자이크로 얼룩지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기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양 기자는 “똑같은 유형의 사건인데도 어떨 때는 공개, 어떨 때는 비공개”라며 “‘피해자 유족의 요청으로 공개한다’고 하는가 하면 ‘피해자 유족의 요청이 있어도’ 묵살하기도 한다. 자신들도 그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을 강원도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양광준(38)은 본인의 이의 제기에도 신상정보가 공개된 반면 올해 7월 일본도를 휘둘러 일면식도 없는 주민을 살해한 피의자에 대해선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양 기자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그냥 공개한다. 몇 가지 경우를 특정해 그것만 아니면 공개하도록 한다”며 “우리나라는 반대다. 4가지 특정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공개할 수 있다고 한다. 공개가 아닌, 그야말로 공개하지 않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현행 신상 공개 기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해야 할 것 등이다.

이에 양 기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건 가해자의 인권이 아니다.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우리 모두의 인권”이라면서 “흉악범들을 덮고 있는 모자이크를 걷어내야 한다. 흉악범들의 이름을 덮고 있는 아무 모(某)도 걷어내야 한다. 전면적인 흉악범 신상공개는 새로운 범죄를 억제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징벌 효과까지 덤으로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 기자는 지난 3월 자신이 진행하는 ‘사건반장’에서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191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류모씨(28)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1심에서 류씨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된 가운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 유족이 “제대로 된 죗값을 받아야 한다”며 엄벌을 호소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였다.

한편 2심은 지난 4월 원심을 깨고 류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류씨와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은 확정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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