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로 최대 특수를 누렸던 배달앱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10개월째 온라인 거래액이 쪼그라들었다. 논란의 중심은 배달비다. 엔데믹으로 소비자들 사이 배달비 논쟁이 불붙었다. 성인 10명 중 4명은 적정 배달비를 '0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누군가는 배달 노동을 하기에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편리함에 대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배달앱들은 저마다 배달료 감경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배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식 9500원에 배달비 4500원? 뿔난 소비자
13일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음식서비스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년 전보다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4월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조1070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 줄었다.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째 감소다.
배달비 인상과 엔데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배달음식을 끊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 플랫폼 3사의 지난달 월간활성화이용자(MAU)수는 2945만 740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63만5042명) 감소했다.
회사별로 보면 배달의민족의 지난달 MAU는 195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고,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MAU는 각각 667만명, 32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28.2% 감소했다.
배달비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이 배달비를 기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해 또다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옛날엔 무료" vs. "아까우면 포장해라"
소비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린다. SK커뮤니케이션즈 시사 폴 서비스 네이트Q가 최근 성인남녀 1만11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 38%는 적정 배달료를 '0원'으로 선택했다. 배달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가장 많은 것이다.
이어 전체 응답자 중 35%(3984명)는 '1000~2000원'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2000~3000원'이 20%(2284명)로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배달 기본료 인상 수준인 '3000~4000원'이 적정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389명)에 불과했으며, '5000원 이상' 역시 2%(242명)에 머물렀다.
세대별로는 20대 중 41%가 적정 배달비로 '1000~2000원'을 선택했고, 30대 이상 모든 세대에선 배달비 지불이 불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 직장인 A씨는 "택배비도 3000원인데, 배달비가 3000원을 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음식값에 원래부터 배달비가 포함됐던게 아니었나"라고 반문했다. 또다른 직장인 B씨도 "옛날에는 배달비가 무료였다"고 토로했다.
반면 편리함의 대가라는 의견도 많았다.
40대 직장인 C씨는 "배달비가 아까워서 배달음식을 안 먹는다"라며 "배달비가 아까우면 포장해서 먹으면 된다. 귀찮아서 배달 시키는건데 서비스 비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D씨는 "아까우면 배달을 안시키면 되는 것 같다"며 "'옛날에는 무료였다' 이런 식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배달 노동을 하는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짝 쿠폰 한계…체질개선 해야"
배달업계는 경쟁적으로 배달비 감경책을 내놓고 있다. 배민은 최적묶음배달을 시행하는 '알뜰배달'을 도입하며 소비자의 배달 비용 부담을 낮췄고 요기요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무제한으로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요기패스 X' 서비스를 내놨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포장주문 시 중개이용료 면제 프로모션을 내년 3월까지 1년 더 연장했다.
하지만 업체들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달비 부담에 대한 소비자 반감은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으로 업계를 바라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용자 이탈을 막고 배달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배달앱 업계의 '생존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이 일부 통했다고 해도 프로모션이 끝나면 다시 이탈할 수 있다"며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