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 이사를 준비중인 작장인 A씨(32)는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침대'를 검색해 평균 15만원 내외의 최저가 가운데 12만원 수준의 특가 상품을 골랐다. 하지만 막상 '구매' 버튼을 누르자 침대 사이즈를 필수 옵션으로 선택해야 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싱글(S) 선택 시에도 3만원의 추가금이 적용됐다. 결국 이 상품의 최저가는 다른 곳과 비슷한 15만원이었다.
#2. 음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B씨(29)는 1만원이 넘는 구독료를 1개월간 몇백원에 이용하고 해지할 심산이었다. 해지일이 가까워져 어플리케이션에서 구독을 취소하려 했지만, 모바일 환경에서는 해지가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PC에서 해당 사이트를 접속해 인증을 거쳐야 했지만, 어느새 해지 가능일이 지나고 자동으로 정상 가격으로 다음달 요금이 빠져나간 후였다.
최저가, 특가, 혹은 특별할인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실제로는 추가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자가 이득을 취하는 '다크 패턴'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온라인 다크 패턴 소비자 보호 방안’을 발표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아직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법안은 미비한 상태다. '현명하지 못한 소비자'의 책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며, 섣부른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리스크가 아직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4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동월대비 6.0% 증가한 17조8615억원에 이른다. 마스크 해제, 코로나 관련 규제 완화 등에 따른 외부활동 증가에도 온라인쇼핑의 수요는 계속해서 우상향 중이다.
하지만 동시에 2021년 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는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가 최소 1개 이상의 다크 패턴을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바꿔 말하자면 거의 대부분의 매장이 '미끼 상품'과 '바가지 상술'을 쓰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리한 '다크 패턴'의 유형도 다양하다.
눈속임한 최저가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필수 옵션에 대한 추가금으로 가격을 변경하는 '순차 공개 가격'의 피해 비율은 82.2%에 이른다. 가입한 서비스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숨은 갱신'은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취소·탈퇴 방해’와 맞물려 피해를 확산 시키고 있다. 공정위는 이처럼 '상술'에 가까운 6개 유형은 현행법으로 처벌 등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명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책임이 몰리는 모양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몰 특성상 최저가로 우선 트래픽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옵션을 적용한 가격이 최저가와 비슷하거나, 구매 이후에도 금액이 크지 않을 경우 소비자 측에서도 신고 등 복잡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구매까지 이어진다면 판매자 측에서는 아직까지 이득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고나 단속 절차 간소화, 유형의 정례화 등을 통해 판매 채널의 신뢰성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로 인한 시장 축소 등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다크패턴으로 인해 시장의 질이 낮아지는 위험성이 더 클 것"이라며 "거대 쇼핑몰 등에서도 소비자 편의를 위한 자체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질적인 규제 및 단속을 위해서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현행 단속이 어려운 6개 행위를 당정협의에 보고하고 입법 논의를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정부에서도 하반기 중 3차례에 걸쳐 주요 전자상거래 분야를 대상으로 사업자별 다크 패턴 마케팅 실태를 비교·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