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햄버거 어때?" 이런 말 이제 못하겠네

입력 2023.05.04 08:38수정 2023.05.04 09:24
지난달 물가상승률 17%.. 치킨값도 반등
"오늘 점심 햄버거 어때?" 이런 말 이제 못하겠네
한 학생이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햄버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 기록하면서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는 12%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으며, 치킨은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는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이 어느 정도 제한된 것으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이 줄지 않을 경우 가격을 또 올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햄버거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올랐다. 이는 지난 2004년 7월(19.0%)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2월 7.1%에서 3월 10.3%에 이어 지난달 17%대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피자 물가 상승률은 12.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13.2%) 이후 14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피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8.8%에서 2월 10.7%, 3월 12.0%로 오르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둔화세를 보이던 치킨 물가도 반등했다. 치킨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11.4%)부터 올해 3월(5.2%)까지는 7개월 연속 둔화하다가 지난달 6.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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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4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지만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의 외식 물가는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의 4.6배에 달했으며, 피자는 3.3배, 치킨은 1.8배였다.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의 외식 물가가 오른 것은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2월, 8월에 이어 올해 2월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롯데리아는 2021년 12월 제품 가격을 평균 4.1% 올린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도 5.5% 인상하고 올해 2월 또다시 5.1% 인상했다. 버거킹도 지난해 1월, 7월에 이어 올해 3월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1월과 8월 두 차례 올렸고, 피자헛,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등도 지난해 가격을 인상했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이달 3일 소비자 권장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렸다.

이처럼 햄버거와 피자, 치킨 프랜차이즈가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밀가루와 식용유를 비롯한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압박에 나서면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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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간담회서 발언하는 정황근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외식업체들도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원자재 가격 등이 고점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가스 요금처럼 향후 한꺼번에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압박하니 따르지만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의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들도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격 인상은 잠시 미룬 것이어서 언젠가 풍선처럼 한꺼번에 터질 수도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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