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육지 해저터널 건설하면 '당일치기' 가능해서... 뜻밖의 반대 이유

입력 2023.01.26 06:37수정 2023.01.26 14:55
제주-육지 해저터널 건설하면 '당일치기' 가능해서... 뜻밖의 반대 이유
제주국제공항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 25일 오전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층이 대기표를 구하려는 승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2023.1.2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육지 해저터널 건설하면 '당일치기' 가능해서... 뜻밖의 반대 이유
제주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제주공항이 전편 결항된 가운데 24일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 승객들이 종이상자를 펴고 잠을 자고 있다.2016.1.24/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육지 해저터널 건설하면 '당일치기' 가능해서... 뜻밖의 반대 이유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이 체류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날 제주에는 많은 눈과 강풍으로 제주공항을 오갈 예정이던 476편이 결항됐다.이번 결항으로 설연휴 제주를 찾았던 귀경객 등 4만3000여명의 발길이 묶인것으로 추정된다.2023.1.24/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강풍과 폭설로 하늘길이 끊겨 수만명이 제주에 고립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무더기 결항한 것은 올 겨울에만 3번째다.

지난해 12월 18일 기상악화로 출도착 100편이 결항한데 이어 같은달 22~23일에도 200여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그리고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4일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467편이 전편 결항돼 4만명 이상의 발길이 묶였다.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하루 3만~4만명이던 공항 입도객은 24일 700명 수준에 그쳤다.

다행히 다음날(25일) 항공편이 정상적으로 운항했으나 결항 여파로 제주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100편 이상이 지연돼 귀성객과 관광객들이 이중고를 겪었다.

제주공항 결항 사태는 올겨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6년에는 사상 초유의 폭설로 수천명의 체류객들이 공항 내에서 모포를 덮고 노숙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적도 있다. 이같은 공항노숙은 항공사들이 사전 결항을 통보하면서 사라졌다.

◇제2공항·해저터널이 대규모 결항 대안?

수년째 논란인 제주 제2공항을 대규모 결항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주장도 있으나 도민사회 찬반갈등이 심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이나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단시간에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제2공항이 지어져도 강풍 등 기상악화의 영향을 받는건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있다.

전남~제주 해저터널 역시 꾸준이 거론되는 대안이지만 역시 적어도 제주에서는 최우선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분위기다.

제주~전남 해저터널이 처음 제기된 건 2002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에서지만 제주에서 첫 등장은 2007년 7월이다.

당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전남 해저터널 계획을 함께 추진하기로 발표한 데 이어 9월에는 정부에 공동 건의문을 제출한다.

같은해 10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교통수요와 가용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회신했고 제주도 역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했다고 인정했다.

해저터널에 도민사회가 가장 관심이 쏠린 시기는 2010년이다.

국토해양부가 제주~전남 해저터널 타당성 조사 용역을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의뢰한 것이다.

해저터널 사업계획은 시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당시 타당성 조사를 한 기준으로 보면 사업비 20조813억원, 사업기간 14년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다.

타당성 조사팀은 연간 이용객을 1200만명 이상으로 예측했지만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분석 결과, 0.71~0.78로 경제적 타당성 기준치인 '1'에 미치지 못했다. 경제성이 낮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 최대 수심 160m 인 추자~제주 구간은 고수압으로 공사는 물론이고 운영 중에도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섬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제주는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 관광지가 돼 체류형 관광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대한항공만 대기줄 없던 이유는?

기상재해로 인한 결항은 어쩔수없더라도 체류객들이 대기표를 구하려고 공항에 몰리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전 결항을 통보받고 체류객이 공항을 찾아가는 이유는 항공사 대부분이 선착순으로 대기표를 발권하고 있어서다.

24일에도 제주공항은 대기표를 구하려는 체류객 수천명이 몰려 대기줄만 100m 이상에 달했다.

항공사 중 유일하게 대한항공은 결항한 순서대로 탑승권을 주고 수속 시간까지 문자메시지로 제공해 대기줄이 없었다.

대한항공은 제주공항 운항의 18.3%를 차지한다. 1위는 제주항공(18.5%)이다.


다만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들과 달리 중형급 항공기와 특별기 투입이 수월해서 이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저비용항공사는 대체 항공편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결항 승객은 이미 예약된 좌석에 밀려 잔여 좌석을 구해야 하는 구조다.

모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여분의 항공기를 투입할 여건이 되지만 저비용항공사는 상대적으로 기종과 편수가 제한돼 있다"며 "계속 반복되는 불편인 만큼 해결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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