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사귀고 스토커로 돌변한 남자 "전화 안 받았으니..."

입력 2022.12.21 10:23수정 2022.12.21 14:35
2주 사귀고 스토커로 돌변한 남자 "전화 안 받았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이틀 앞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로비에 법원 마크가 밝게 빛나고 있다. 2017.3.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다시 나왔다. 부재중 전화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보호라는 스토킹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강조하면서 무죄를 내려달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이 아니라는 인천지법의 판결에 논란이 계속되자 스토킹이 맞다는 법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 A씨 "전화 안 받았으니 스토킹 무죄" 주장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2주간 교제했던 피해자에게 지난 8월부터 약 6주간 226회에 걸쳐 연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A씨 측은 자신의 연락이 '부재중 전화' '차단한 전화' '거절한 전화'에 해당하므로 스토킹 범죄 성립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10월 인천지법에선 헤어진 연인에게 반복적으로 전화 건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왔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법상 음향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스토킹처벌법이 정의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음향·그림 등에 도달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 법원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피해자 보호해야"


그러나 주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스토킹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은 건전하고 안전한 정보통신망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라면 스토킹처벌법은 처벌을 통해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에게 공포감 또는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이면 족할 뿐 꼭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1호에 따르면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 부장판사는 "부재중 전화, 차단한 전화, 거절한 전화도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키게 했다면 법이 정한 스토킹에 해당한다"면서 "A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과거의 처벌 전력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 '부재중 스토킹' 무죄 논란…법원 분위기는

최근 부재중 전화 스토킹 무죄 논란 이후 법조계에선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으로 처벌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인천지법 형사18단독 김동희 판사는 동거한 뒤 헤어진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건 29차례 전화 중 대부분을 받지 않았으나 재판부는 전화를 이용해 소리나 전화번호를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도 스토킹으로 판단했다.

또 최근 전주지법 남원지원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 주거침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스토킹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전화 사실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법이 정한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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