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각종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연예인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소개하며 유명세를 떨쳤던 부동산 컨설턴트 A씨. 중개보조원 신분으로 공인중개사를 사칭했다가 덜미를 잡혔는데요. 수사 끝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A씨는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유명 연예인들 빌딩 구매를 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알만한 이름을 잔뜩 대며 투자 사례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죠. A씨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당연히 그가 공인중개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중개보조원이었습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단순 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4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보조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전문 자격증이 없으니 업무 보조가 주 업무고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조정하는 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비자격인이 공인중개사 업무를 대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재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로서는 공인중개소 사무실에 앉아있는 여러 직원 중 누가 공인중개사고 누가 중개보조원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굳이 물어보기도 껄끄러우니 공인중개사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고요. 애초에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고객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 있다는 겁니다. 전문 지식이 없으면서 권리분석·법률 해석 등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격증을 대여해 계약서까지 작성하기도 합니다. 문제없이 흘러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고가 생기면 막대한 재산 피해로 이어집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사 결과 2016~2021년 전체 공제사고 청구 금액 중 20%가 중개보조원 고의사고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엔 중개보조원들이 임차인에게 전세계약이라며 보증금을 받은 뒤 임대인에겐 월세계약이라고 속여 전세금 수십억원을 빼돌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대규모 사기 사건 뒤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면서 중개보조원 활동 범위가 대폭 축소됐지만,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중개보조원의 신분 고지를 의무화하고 채용인원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1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죠.
최근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일감이 뚝 끊긴 가운데 공인중개사들은 무등록중개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무자격인이 전문가인척 행세하며 손님을 빼앗아 가는 데다, 이들이 일으키는 사고로 중개 시장 자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고 있단 겁니다.
공인중개사협회에는 무등록중개행위 근절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그렇지만 당장 해결책이 생긴 건 아닙니다. 그전까지 스스로 조심하는 길밖엔 없죠. 공인중개업소에 들어가면 법적으로 게시가 의무화된 자격증이 걸려 있는지 꼭 확인하고,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조회해 대표자와 직원을 파악해야 합니다.
임차든 매매든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니죠.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 공인중개사라고 믿지 말고, 실제 공인중개사인지 꼼꼼히 확인해 안전한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