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A씨는 저축이 늘지 않아 고민이다. 여태 돈 관리 관련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3인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이젠 그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사회초년생이던 20대와 비교하면 현재 연봉은 약 3배 늘었으나 스스로 그때와 비슷한 경제 수준으로 살고 있다고 체감한다. 월 130만원을 저축하고 있고 집은 없다. 집을 구매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출 자체가 부담스러워 그 선택을 미루다 이제는 집값이 너무 올라 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주택이 된다면 '내집마련'을 하고 싶지만, 이를 이뤄낼 돈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저축 수준으로는 2~3년은 더 모아야 한다. 아내 B씨도 그림 디자인을 시작해 수입은 있으나 일거리가 들어오는 날이 불규칙하고 소득 대부분이 딸아이 학원비나 생활비에 투입되는 터라 사실상 돈 모으기는 쉽지 않다.
A씨 부부의 월 수입은 550만원이다. 비정기 수입으로 연 1500만원이 수중에 들어온다. 매달 지출액은 490만원이다. 고정비는 190만원으로 보장성보험료, 전세대출이자, 통신비, 정수기 정기결제, 교육비, 계모임, 부모님 용돈 등이다. 변동비는 관리비, 공동생활비, 부부용돈, 카드값 등을 합쳐 170만원 정도다.
저축은 매달 130만원씩 하고 있다. 청약저축(10만원), 개인연금(40만원), 적금(50만원), 상장지수펀드(ETF) 투자(30만원) 등이다. 자산은 전세보증금 3억원에 더해 예·적금(2800만원), 청약저축(600만원), ETF(570만원) 등이 있다. 부채는 전세대출금 8000만원과 신용카드 할부잔액 80만원이 있다.
A씨의 상황을 파악한 금융감독원은 40대는 소득이 증가하지만 자녀 교육비 등으로 지출 역시 늘어나는 시기라면서 적재적소에 돈을 사용하고 있는지, 새는 자금은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50대 조기은퇴를 감안하면 40대 소득관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게 금감원의 조언이다.
금감원은 우선 파악되지 않은 지출부터 골라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A씨 부부 연간 총 수입은 8100만원이다. 이중 확인된 소비 지출은 5020만원(380만원×12+700만원)이다. 하지만 정기저축(연 1560만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저축 사항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액은 수입의 81%가량인 6540만원(총 수입-저축)이라고 봐야 한다.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제외한 1520만원이 더 저축에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되는 셈이다.
이어 신용카드 상환액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신용카드는 통장 잔고와 무관하게 추가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결제일의 지출액이 늘어나기 십상이다. 게다가 할부와 연간 비용으로 소비했다면 매달 남는 돈 정도를 저축에 써 모이는 금액도 줄어드는 결과를 맞는다. 그 이상의 저축 계획을 못 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통장쪼개기'도 필요하다. 단 목표 없는 실천은 안 하느니만 못 하다. 통장은 현금 흐름에 맞춰 목적에 부합하게 구분하는 게 좋다. 지나치게 세부 항목으로 나누면 '쓸모없는 돈'을 만들 뿐이다. A씨 부부와 같이 월급, 부부용돈, 공과금, 보험료, 여행비, 비상금, 저축 등으로 쪼갤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되레 저축이 안 되는 역효과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고정지출은 월급통장에서 자동이체 되도록 하고, 변동지출은 공동생활비와 부부용돈으로 나누면 충분하다. 연간비용은 선저축 해둔다.
또 청약통장으로 분양주택을 구입할 계획이 있는만큼 월 저축액을 늘려야 한다. 분양가는 6억5000만원, 계약금은 그 10%인 6500만원이다. 현재 계약금을 충당할 수 있는 자금은 청약저축, 예·적금, ETF를 합쳐 3970만원이다. 2530만원이 더 필요한 셈인데, 월 저축액을 기존 130만원에서 210만원까지 올려야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 상환은 당분간 보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분양 계약시 현금이 없다면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우선 계약금을 마련한 후 대출 상환을 검토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내년 연말정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 A씨의 경우 결정세액(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액과 감면세액을 공제한 금액)이 35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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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