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방 빼서 직원 월급 주고 떠난 맥줏집 사장님

입력 2021.09.15 14:01수정 2021.09.15 14:28
"천국가서 돈 걱정 없이 사세요"
월세방 빼서 직원 월급 주고 떠난 맥줏집 사장님
이달 초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A씨가 운영했던 마포구 인근 맥줏집 앞에 그를 추모하는 메모지와 국화, 소주병이 놓여 있다. 사진=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직은 늦여름 더위가 가시지 않은 15일 오후. 이달 초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제적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A씨의 맥줏집 앞엔 하얀 국화와 소주병,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경찰이 설치한 출입통제선 뒤로는 '6일까지 가스계량기의 지침을 전화나 문자로 통보해달라'는 '도시가스 미 검침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자신의 월세방을 빼 직원들의 마지막 월급을 챙겨주고 떠난 그의 선택에 소상공인들과 시민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A씨의 가게 앞을 다녀간 사람들은 그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그와 마찬가지로 가게를 운영하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소주 한잔과 국화 꽃으로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가게 문 앞에 붙어 있는 메모지에는 "같은 자영업자로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더 어려운 이웃을 걱정하신 그 마음 잊지 않겠다", "어떤 마음이셨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편히 쉬세요" 등 그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또 "언니, 생전 일만 하고 사셨던 언니. 힘든 내색 한번 안하시고. 그곳에서는 편히 쉬세요. 많이 그리울 꺼에요" "A씨의 미소도, 치킨을 맛있게 구워 주시던 모습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등 생전의 그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게 앞에 멈춰 추모글을 보던 한 50대 여성은 "이 가게가 뉴스에 나온 곳인줄 몰랐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길을 걷던 시민들도 "누가 돌아가셨나보다" "어쩌면 좋나"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월세방 빼서 직원 월급 주고 떠난 맥줏집 사장님

"정부가 살인자".."방역체계 전환하라"
A씨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이 세상을 등지면서 규제 일변도의 정부 방역지침에 대한 민심도 폭발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온전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감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민심을 보여주듯 A씨의 가게 앞에는 "정부가 살인자"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한 50대 자영업자는 통화에서 "방역 지침이 계속되면서 정말 한계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족들 때문에 죽지 못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영업자들은 '온라인 추모 리본 달기'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동료들을 추모하면서 정부 방역지침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전날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대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를 향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현재 방역정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음이 증명됐다"며 "영업시간 제한, 인원제한 중심의 방침을 철회하고 개인과 업소의 자율적인 방역 책임성을 강화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직장인들은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수입이 0원이지만 자영업자는 영업을 멈추면 각종 공과금과 인건비로 마이너스"라며 "이제는 손실을 감당하기가 너무 벅찬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인원제한과 시간제한 조치 없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