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故) 변희수 예비역 하사가 지난해 주고 받았던 편지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한국 사회의 ‘금단’을 깨고자 했던, ‘남성의 몸에 갇힌 여성’ 두 명이 편지를 주고 받았다. 숙명여대 법학부에 2020년 신입생으로 합격했다가 반대 여론에 떠밀려 지난달 입학을 포기한 한주연(가명)씨와 지난해 1월 "대한민국의 군인이 될 기회를 달라"며 눈물의 거수경례를 했으나 군에 의해 강제전역된 변희수씨다.
그녀들은 서로를 위한 희망을 넘어, 우리 사회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1년 뒤, "혐오에 지지 않겠다"던 변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금씩 깎이던 마음이 결국 스스로를 찌르는 칼이 되었습니다. 이런 제가 망망대해에 아무도 없이 홀로 내던져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주연이 편지를 썼다.
“내가 커밍아웃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더라면 주연님도 자신이 지망했던 학교를 조용히, 그리고 아무 일 없이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들을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육군훈련소를 나온 뒤 처음 손편지를 써본다던 변희수가 전한 첫마디엔 한주연을 향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숙명여대에 성전환 여성이 입학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변희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이 들었다”고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를 향해 쏟아졌던 비난, 악플, 욕설, 조롱, 혐오의 화살들이 주연님에게도 똑같이 향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의 강제전역 사실을 알리는 뉴스 댓글엔 조롱과 비난이 난무했다.
그런 한주연에게 변희수라는 이름은 ‘용기’로 다가왔다. “그 모든 모욕을 홀로 감내하셔야 했을 고통을 생각하니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한주연은 앞장서 용기를 내준 변희수에게 감사했다. “사실 제일 먼저 전해드리고 싶었던 말은 감사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먼저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를 내주셔서 뒤따를 수 있었다고, 그런 용기가 없었더라면 저도 이런 용기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향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었다. 한주연은 변희수에게 “이번 기회로, 우리 사회가 다양성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삶을 존중할 수 있기를, 다름을 배척하지 않는 사회가 구성되기를,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두려움이 포용으로 바뀔 수 있기를….”라고 전했다.
변희수는 “혐오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흑인들을 차별했던 ‘아파르트헤이트’, 유대인과 성소수자를 탄압했던 나치처럼 혐오는 언젠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