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30대 해양경찰 극단적 선택..18일 만에..

입력 2021.03.02 15:37수정 2021.03.02 15:45
감당하기 힘든 텃세에 정신과 치료까지..
결혼 앞둔 30대 해양경찰 극단적 선택..18일 만에..
통영해경 A씨가 지난달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고,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통영경찰서는 자세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유족 제공) © 뉴스1


결혼 앞둔 30대 해양경찰 극단적 선택..18일 만에..
A씨는 경찰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일주일도 안 됐는데 휴직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다"며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쫓겨날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결혼 앞둔 30대 해양경찰 극단적 선택..18일 만에..
유족들은 A씨 사망 원인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통영해경의 조문을 거절했다. (유족 제공) © 뉴스1

(경남=뉴스1) 김다솜 기자 =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통영해경 소속 30대 경찰관이 전출 18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A씨(34)가 지난 2월 25일 오전 10시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자 직장 동료가 직접 원룸으로 찾아가 숨진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통영경찰서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A씨가 통영해경으로 전출된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동안 A씨가 새로운 부임지에서 감당하기 힘든 텃세를 겪었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다는 게 주변인들의 진술이다.

A씨는 경남 거제의 한 해양파출소에서 1년여 근무하다 지난 8일 통영해경으로 전출됐다.

주변인들은 부임 이후 A씨가 하루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고, 체중이 4kg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10여년 동안 가깝게 지낸 자신의 친구에게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친구 B씨는 “업무를 배정받지 못해서 새벽 7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까지 모니터 앞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돌아온 날도 있었다고 했다”며 “일이 없어서 후배 경찰관 책상 밑을 쓸거나 쓰레기통까지 비우면서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예비신부 C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C씨는 “남자친구가 부서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를 했었다”며 “부서 내에 존재하는 태움 문화로 인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12일 A씨는 경찰관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충을 담은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A씨는 “아침 되면 눈뜨기 싫을 정도로 출근하기 싫다”며 “출근해서도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니 업무는 당연히 안 될뿐더러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글을 올렸다.

지난달 18일에는 A씨가 병가를 내고,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A씨는 우울증치료제와 신경 안정제를 처방받았다.

A씨는 해군부사관으로 4년 동안 복무하다 2014년 해양경찰에 임용됐고, 2017년에는 포항해경에서 근무하다 사직서를 낸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 B씨는 “당시 A는 현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포항해경 경비과 인원이 부족해서 강제로 차출됐다”며 “안 맞는 일을 할 바에는 사표 쓰고, 소방 시험을 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통영해경 관계자의 문상을 받지 않았다.


한편 통영해경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예정이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동고동락했던 직원에게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하루빨리 명백한 사실관계가 확인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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