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살릴 수 있었다" 시민단체, 양천경찰서장 고발

입력 2021.01.06 15:21수정 2021.01.06 15:39
3차례 신고에도 수사않은 책임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 초동수사를 망쳐 비난을 사고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 서장이 고발당했다. 정인양 생존 시 3차례나 신고가 있었음에도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혐의다.

"정인이 살릴 수 있었다" 시민단체, 양천경찰서장 고발
숨진 16개월 입양아동 위탁가정이 공개한 입양 전 아동 모습. fnDB

■"서장이 책임져라" 시민단체 고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6일 이화섭 양천경찰서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나 받고도 내사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서장은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그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에 해당하는 직무유기임에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양천서는 지난해 5월과 6월,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정인양이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의심신고를 받고도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양부모와 분리조치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정인양은 마지막 신고 20일 뒤인 10월 1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숨졌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거나 양부모와 분리를 했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으리란 비판이 이는 이유다.

사건이 화제가 되자 경찰청은 5월과 6월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 6명에게 주의와 경고 처분을, 9월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 5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이에 지나치게 가벼운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경찰 내부에선 다른 경찰서였다 하더라도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으리란 자조적 목소리가 나오는 형편이다. 아동의 직접 증언이 없고 CCTV 등의 직접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조차 별다른 아동학대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인이 살릴 수 있었다" 시민단체, 양천경찰서장 고발
한 맘카페 회원이 정인이 사건에 분노하며 진정서를 쓴 뒤 사진을 올린 모습. fnDB

■'반짝분노'보다 '제도개선'
최근 수년 간 부모와 아동을 분리한 다수 경찰관이 부모들로부터 민원과 법적대응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더한다. 일선 경찰관 판단으로 분리조치를 진행할 경우 따르는 부담을 모두 개인이 지게 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경찰관이 많지 않으리란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입양아동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국회와 정부 역시 제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6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아동학대 방지를 전담하는 특별기구 설치계획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8일 정인양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를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관심을 모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첫 공판이 열리는 이달 13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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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법 관련 내용. fnDB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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