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기다린 아시아나, 계약해지 결정에 직원들 '한숨'

입력 2020.09.04 09:46수정 2020.09.04 10:41
안타깝네요
9개월 기다린 아시아나, 계약해지 결정에 직원들 '한숨'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2019.1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그간 행보로 봤을 때 계약해지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직원들 입장에선 인력 구조조정이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아시아나항공 일반직원)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되면서 1만여명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내부 직원들의 불안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매각 당사자인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최종 의사를 확인한 후 조만간 계약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HDC현산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약 9개월만이다.

앞서 지난 2일 HDC현산은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 없지만, 불확실성 등을 제거하기 위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대면 협상 당시 산은의 1조원가량 적은 금액으로 인수가격을 변경하는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셈이다.

거래가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업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 놓이게 되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며 "신입 직원 채용 정지나 임금동결 정도로 마무리되길 희망하고 있으나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6개월 가까이 임원 월급 반납과 함께 전 직원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른 피로도와 함께 인수 불발 소식이 직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직원은 "출근을 안 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아 정확한 소식을 듣기 어려워 대부분 불안감이 크다"며 "정부의 고용유지 기조대로 기존 직원들을 최대한 품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는 2015년말 1만3199명이었으나 채권단 관리를 거쳐 2018년 6월말 9960명으로 줄어든 바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직원수는 약 9000명으로 임원 및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하면 1만여명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되는 자회사들까지 더하면 직간접적인 직원수는 더 늘어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직원수만 각각 1300여명, 400여명 수준이다.

일부 직원들 중에는 이직을 알아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불황이 가중되며 인기 직종으로 꼽혔던 조종사, 승무원조차도 새 직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 거래를 차일피일 미뤄온 HDC현산과 함께 부실경영으로 매각 원인을 제공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잇따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권을 매각한 것을 두고 그룹 재건을 위한 부당 내부거래라고 판단, 박 전 회장을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시아나항공 한 지상직 승무원은 "지난해 12월(SPA체결 당시)과 상황이 많이 달라져 HDC현산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시간만 끄는 행태에 답답했다"며 "물론 거시적인 문제는 현 상황까지 이끈 경영진의 잘못이 크다.
향후 회사가 살아도 구 경영진의 잔재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기안기금 지원 금액은 올해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으로 최대 2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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