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마스크 쓰고 테이블 소독하지만 '환기'는..

입력 2020.08.31 07:45수정 2020.08.3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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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서 마스크 쓰고 테이블 소독하지만 '환기'는..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카페서 마스크 쓰고 테이블 소독하지만 '환기'는..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환기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경기도의 한 이디야커피 매장이 출입구를 열고 환기를 하고 있다.2020.8.29/뉴스1© 뉴스1 이비슬, 최동현 기자


카페서 마스크 쓰고 테이블 소독하지만 '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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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이비슬 기자 = "환기요? 이 카페는 창문이 없는데…."

주말인 지난 29일. 경기도의 한 카페에서는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점심이 되자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마스크를 쓴 직원이 쉴 새 없이 2층 매장을 오르내리며 테이블을 소독하고, 다닥다닥 붙어 앉은 손님을 떼어놓느라 정신없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180도 달라진 카페 풍경이다. 직원 A씨는 뿌듯한 표정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30분마다 소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기는 몇 시간마다 하냐'고 묻자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이 카페는 창문이 없다"며 "환기를 하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난색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확산하면서 정부가 수도권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발령했지만, 대다수가 '환기 매뉴얼'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소독 등 눈에 보이는 방역은 철통같이 지켜지고 있지만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카페 15곳 중 '환기'는 3곳뿐…2층 카페는 '깜깜'

<뉴스1>이 지난 28~30일 사흘간 서울과 경기도 소재 카페 15곳을 취재한 결과 정기적으로 실내 환기를 시행하는 매장은 3곳에 불과했다. 매장 내에 '환기 안내문'을 부착한 곳은 스타벅스가 유일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5월27일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최소 2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를 해야 한다'고 권고를 내렸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를 준수하는 카페는 20% 수준에 그쳤다.

'환기 매뉴얼(지침)'도 카페마다 중구난방이다. 스타벅스와 이디야커피는 전국 매장에 공문을 보내 '2시간 1회 환기'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는 '파주야당점 집단감염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매장 곳곳에 환기 안내문을 붙이는 등 부랴부랴 실내 환기를 강화했다.

하지만 대다수 커피프랜차이즈는 '매장 자율'에 맡기고 있었다. 비프랜차이즈인 '동네 카페'는 환기 지침은커녕 방역당국의 환기 지침조차 인지하지 못한 곳도 수두룩했다.

한 커피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마스크와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았지만, 환기까지 해야 하는 줄 몰랐다"며 서둘러 매장 출입문을 열기도 했다.

'복층 카페'는 형편이 더 심각하다. 일부 카페는 창문이 없는 통유리 구조여서 1층 출입문 외에는 환기를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예컨대 2층짜리 카페는 뒤늦게 환기 매뉴얼을 마련하더라도 통유리 구조라면 사실상 환기가 불가능한 셈이다.

◇전문가 "공기 전파 가능성 있다…'상시 환기' 필수"

코로나19 사태가 반년이 넘은 상황에도 '환기 방역'이 사실상 무방비에 놓였던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놓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방역당국의 '환기 지침'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한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집단감염 사태로 '공기 전파 가능성'이 힘을 얻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6일 스타벅스 파주야당점에 대한 중간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덥고 습한 날씨에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실내 환기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기 방역'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독 체류 시간이 길고 대화가 많은 카페가 1순위로 꼽혔다.

송두삼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비말은 수분이 증발하면 크기가 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비말 핵(에어로졸)으로 변해 미세먼지처럼 공기 중에 떠돌게 된다"며 "코로나19의 공기 감염은 세계보건기구(WHO)도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상시 환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방역당국이 '2시간 1회 이상'으로 환기 권고를 내렸지만, 코로나19는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문을 닫고 있는 2시간 동안 감염될 수 있다. 에어컨을 켜고 있는 시간에는 상시적으로 환기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문냉방 '요금폭탄' 어쩌나…"열회수형 장치 도입해야"

문제는 상시 환기로 초래되는 '전기요금 폭탄'이다. 냉난방과 환기를 동시에 할 경우 전력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행 건축법상 고층빌딩이나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복합시설에만 '공조시스템'이 설치된 점도 고민거리다. 일반 카페는 대부분 환기장치가 없다.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열회수형 환기장치'(ERV)를 통해 '실내 환기'와 '요금 절약'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홍 교수가 올해 7월 발표한 '다중이용업소의 환기방법에 따른 냉·난방에너지 소비량' 연구에 따르면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할 경우 송풍기나 환기 팬을 이용한 강제환기 시보다 전력 부하가 최대 68.4% 감소했다.


그는 "실내외 온도차가 크지 않은 여름에는 개문냉방(開門冷房)을 해도 전력 부하가 두 배 정도 증가하지만, 겨울에는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난방 부하가 16배 이상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겨울까지 이어질 경우 '전기요금 대란'이 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밀폐된 공간에서의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환기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에너지 절약과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환기량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도입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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