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뉴스1) 박기락 기자 =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항공관측을 활용한 '증거 수집'에 나섰다. 중형항공기를 활용한 항공 관측을 통해 미세먼지 유입량을 측정하고 이를 향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전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1일 충남 태안군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규명을 위해 이달 9일부터 100시간 항공관측에 들어간 중형항공기를 외부에 공개했다. 이 항공기는 19인승 중형 항공기로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에서 이륙, 서해상을 중심으로 미세먼지를 집중 관측하고 있다.
환경과학원은 이전에도 항공관측을 위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1대당 100㎏이 넘는 관측기기를 3~4개밖에 탑재하지 못할 정도로 용량이 적고 비행시간도 3시간에 불과해 중국발 미세먼지 관측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 도입된 중형항공기는 최대 12~15개의 장비 탑재가 가능하며 비행시간도 최대 6시간에 달한다. 또 9종의 항공관측용 고분해능 실시간 관측장비를 탑재해 질산염, 황산염 등 2차 생성 미세먼지와 암모니아 등 전구물질의 서해상 공간분포 및 국내 유입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항공 관측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시연 비행도 이뤄졌다. 실제 관측에는 이륙부터 착륙 후 장비 셧다운까지 5~6시간이 걸리지만 이날은 시연 비행인 만큼 40여분 정도를 비행했다. 전날 내린 비와 강풍 탓에 미세먼지 등 관측 데이터는 대부분 양호한 수치를 나타냈다.
미세먼지 관측을 위해 도입된 중형항공기지만 관측에 최대 장애 요소도 미세먼지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태안비행장 4면이 모두 바다에 접해 있는 탓에 집중 관측을 요하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해무 등으로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관측이 마무리되면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자료 확보와 국외 유입 미세먼지량 산정, 항공관측자료를 활용한 예보 정확도 향상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앞서 제1차 한-미 공동연구(KORUS-AQ)를 진행해 미세먼지 2차 생성,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질 영향 등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도출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보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인공위성 관측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제2차 한-미 공동연구와, 이번 중형항공기 관측으로 미세먼지의 상층부 유입 경로까지 확인되면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도입된 중형비행기는 내달 초 환경과학원의 서해안 관측을 마친 이후 미세먼지 범 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의 국내 관측에 사용될 예정이다. 주로 산업단지 지역에서 항공 관측을 실시할 예정으로,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특성과 대기질 영향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미세먼지의 중국발 기여도에 대한 국내 연구자료들도 각 자료들마다 수치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며 "이번 항공관측을 통해 이런 격차를 좁히고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는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