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물건을 쉽게 처분하지 못하는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진 한 40대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3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서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거주하는 문제로 고심 중인 40대 여성 A 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부모님은 오랜 세월 동안 시골집에서 농업에 종사하며 생활해 왔다.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농사 규모는 축소됐으나 여전히 광범위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상황이다. A 씨는 현재 직장인 남편과 초등학생 쌍둥이 딸을 양육하고 있으며, 약 10년 전 출산 시기에는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어머니는 장롱 깊은 곳에 보관해 왔던 배냇저고리를 꺼내 보이면서 "네가 아이를 낳으면 보여주려고 간직해왔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물건 하나하나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시골집에는 어린 시절 사용하던 장난감과 동화책, 교복을 비롯해 부모님의 연애편지, 카세트테이프, 백과사전 등 긴 세월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이 산적해 있었다. 이에 더해 각종 장류와 저장식품까지 가세하면서 집안 곳곳이 물품들로 가득 채워진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안전사고로 번졌다. 어머니가 창고 내 물건을 꺼내던 도중 사다리에서 추락해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는 쌓여 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함께 넘어지는 사고였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A 씨는 어머니가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집 안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창고에 누적된 물건들을 정리한 결과 1톤 트럭 한 대 분량을 가득 채울 정도의 막대한 양이 배출됐다.
그러나 퇴원 이후 귀가한 어머니는 물건들이 사라진 현장을 목격하고 격분했다. "다 쓰려고 아껴둔 것들인데 왜 버렸냐"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항의했다. 이에 A 씨 역시 "이러다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다"라고 맞서며 목소리를 높였고,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그 뒤 A 씨는 어머니에게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의 활용 방안을 전수했으며, 어머니는 일부 물품을 직접 판매하며 소규모의 수입을 얻는 등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상황은 다시금 악화됐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시게 된 A 씨가 다시 한번 물건 정리를 권유했으나, 어머니는 "평생 손때 묻은 물건을 어떻게 버리냐"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이어 "남편이 처음 사준 옷, 딸이 첫 월급으로 사준 신발, 사위가 사준 김치냉장고까지 다 추억"이라며 물건마다 깃든 의미를 거듭 설명했다.
결국 감정이 복받친 A 씨는 "그렇게 살 거면 혼자 시골집에 살라"라고 모진 말을 내뱉은 뒤 현재 이를 후회하고 있다며, 현명한 해결 방안을 구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저장 강박의 핵심 심리는 불안이다. 내 것을 잃어버릴 수 있고 추억을 잃어버릴 수 있고 가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좀 버리고 비우는 건 찬성한다. 그래야 깔끔하게 살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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