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부산 이어 대구까지…" 벤츠에 덕지덕지 붙인 '이것'

인천·부산·김천 등 '욱일기' 목격은 계속…마땅한 처벌 없어

2025.11.08 10:00  

[파이낸셜뉴스]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부착한 흰색 벤츠 SUV 차량이 대구에서도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대구에도 저런 차주가 있네요'라는 짧은 설명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엔 벤츠 차량 옆·뒷면 창과 문에 욱일기가 붙어 있다. 도로 건너편 광고 현수막을 보면 차량이 있는 장소가 대구로 보인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한다. 태평양전쟁 기간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나오는 '욱일기' 목격담

욱일기를 부착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엔 김천에서 욱일기를 부착한 벤츠 차량을 봤다는 제보글이 올라왔다.

당시 제보자는 “경북 김천에서 주차 후 내리더니 굳이 저걸(욱일기를) 붙이더라”며 “몇 년 전 뉴스에서 보던 여성 같은데 공론화해서 욱일기 금지법이 빨리 통과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도 인천시 서구 검단 지역에서 차량에 '욱일기'를 붙이고 돌아다닌 차주가 횡단보도에 차량을 주차했다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와 문제가 됐다.

같은 해 현충일엔 부산 수영구의 한 주상복합건물 고층 창문에 욱일기가 내걸리기도 했다. 당시 '전범기 건 부산의 한 아파트'라는 제목으로 “현충일 날 욱일기? 진짜 선 넘었다”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엔 아파트 창문에 욱일기 두 기가 나란히 붙어있는 상태였다.

이처럼 욱일기를 게양하거나 부착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욱일기 사용 제한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에 욱일기 등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와 조형물 또는 이를 연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된 그 밖의 상징물’을 공공장소에서 전시하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인천, 부산 등 일부 지자체는 '일제 상징물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을 제정하기도 했다. 공공장소나 행사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와 조형물, 상징물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조례에 그쳐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제한 대상을 '공공사용'으로 지정한 지자체의 경우 '사적 사용물'에 대해선 욱일기를 붙여도 처분할 근거가 없다.

지난해 인천 서구에 욱일기를 붙인 차량의 차주 역시 횡단보도 위에 주정차했다는 이유로 불법주정차 과태료 처분만 받았다.

그나마 조례가 있다면 다행이다. 이번에 욱일기 부착 차량이 발견된 대구시의 경우 지난 2019년 시의회에서 ‘일제 상징물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 제정을 추진했지만,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아예 욱일기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19명은 “이미 시민들에게 반제국주의 의식이 충분히 함양돼 있고 제국주의 상징물 사용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공사용 제한물 조례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해당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사용하거나 착용한 자를 처벌하는 욱일기 사용 처벌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소관위심사에 멈춰 있는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욱일기가 포함된 옷·물건 등의 물품을 국내에서 제작하거나 유통·사용·착용한 자 또는 공중 밀집 장소에서 게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독일에도 나타난 하켄크로이츠


네티즌들은 "독일처럼 나치 상징물에 대한 처벌법이 생기면 어떨까요", "독일과 함께 유럽에선 나치 전범기인 하켄크로이츠 소지만 해도 법적 처벌받는다는데"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네티즌들의 제안과 달리 최근 독일에서도 나치 상징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 낙서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dpa통신 등은 헤센주 경찰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밤 하나우 시내에서 붉은색 액체로 보닛 등에 낙서된 차량 약 50대를 확인했고 우편함과 건물 벽면 등에서도 비슷한 낙서를 발견했다고 6일 보도했다.

낙서의 절반 이상은 하켄크로이츠 모양이었고 분석 결과 낙서에 쓰인 액체는 인간 혈액으로 파악됐다.

문양이 발견된 하나우는 독일 남서부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로 2020년 2월 독일인 극우주의자가 시내 시샤(물담배) 카페 등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