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성인이 된 혼외자가 과거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
6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혼외자로 태어난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저는 혼외자로 태어났다. 어릴 땐 혼외자라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저를 포기하지 않고 혼자서 낳아 키워주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어머니는 회사에서 제 아버지를 처음 만나셨다고 한다.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깊이 빠졌다고 하더라"면서 "2001년 1월 어머니는 저를 낳으셨고 그해 5월 아버지와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털어놨다.
합의서에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헤어지는 조건으로 2004년까지 양육비 3000만원을 지급하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 '아버지는 A씨를 만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A씨는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돈을 주지 않았고 어머니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재판 중 조정이 이뤄진 사실과 함께 조정 내용도 알렸다. 양육자는 어머니로 하고 아버지는 양육비를 포함한 일체의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그때부터 어머니는 혼자 저를 키우셨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책임을 놓지 않으셨다"면서도 "그런데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저는 이대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버지와의 친자 관계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며 "이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법적 조정이 있었더라도 성인이 된 제가 직접 과거에 받지 못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느냐"고 조언을 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김나희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육비 포기 합의는 부모 사이의 문제일 뿐이지 자녀의 고유한 권리를 없앨 수는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자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부양 의무가 존재한다"며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소용되는 비용도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다만 예외도 있다. 자녀가 이미 부모 일방으로부터 부모 쌍방의 생활 수준에 상응할 정도로 어떤 충분한 부양을 받았다면 다른 부모의 부양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았던 이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과거 부양료 청구가 제한될 수도 있다"면서도 "이러한 사정이 없는 한 혼외자도 양육하지 않은 부모에게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