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인물을 보여주면 어떨까, 표현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습니다."
3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리볼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전도연은 영화에서 펼친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리볼버'는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형사 수영이 큰 대가를 받고 경찰 조직의 비리를 뒤집어쓰면서 시작된다. 2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한 수영은 잃어버린 대가를 찾기 위해 투자회사 실세 앤디를 찾아나서고,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무뢰한'(2015)을 연출한 오승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도연은 모든 것을 잃고 대가를 찾기 위해 질주하는 수영을 차갑고 건조한 얼굴로 스크린에 그려냈다. 수영의 조력자인지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정윤선'은 임지연이, 수영에게 보답을 약속한 투자회사 실세 '앤디'는 지창욱이 연기했다.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시나리오 안에 지나칠 정도로 '무표정'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전도연 배우가 해석을 잘 해주었다"며 "여지를 만들어 놓으면 전도연이 훨씬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특히 극중 전도연이 남자 배우가 휘두른 야구배트에 눈을 깜빡이지 않은 장면에 대해 "연습도 없고 한 테이크에 간 것 같다. 저도 보면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전도연은 "제가 대단한 연기를 또 하나 했다"며 재치있게 받아친 뒤 "감독님과 '무뢰한'을 같이 하기도 했고, 대본을 봤을 때 ‘무뢰한’이 묻어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오 감독은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로만 진행되는 영화라 특별한 액션을 넣는 건 마임에 들지 않았다"며 "이걸 어떻게 관객들을 설득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날개를 달았다"고 전했다.
전도연 역시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는 상황에 감독님이 작품 쓰는 데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감독이 좋다고 해서 빠른 시간에 될 줄 알았는데 그사이 '길복순'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지창욱 "전도연에게 시원하게 맞으며 연기"
지창욱과 임지연은 극중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앤디'를 연기한 지창욱은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앤디가 특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며 "현장에서 제가 마음껏 할 수 있게끔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저는 즐겁게 뛰어놀았다"고 말했다.
이어 "앤디의 말 70%가 욕이다. 말투가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서 과하게 욕을 했다"며 "앤디가 가지고 있는 자격지심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상스러운 욕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선배 전도연과 연기를 한 경험에 대해선 "현장에 갈 때 유난히 긴장했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럼에도 전도연 선배와 함께 한 장면에서 편안하게 연기를 했다"며 "전도연 선배에게 맞을 때도 시원시원하게 잘 맞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전도연은 "현장에서 지창욱이 오히려 배려해 줬다. 때리는 신을 찍을 때 잘못해서 맞을까 봐 걱정했는데 감정 때문에 누워서 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배려받으며 했다"고 말했다.
◆임지연 "'에라 모르겠다' 느껴지는 대로 연기"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 '정윤선'을 선보인 임지연은 극중 전도연과 흥미로운 케미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임지연은 "정윤선은 하수영과 정반대의 톤에 있는 인물"이라며 "처음엔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다가 '에라 모르겠다'며 느껴지는 대로 반응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도연과의 호흡에 대해 "그동안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경우 다 적대적인 관계였는데 제가 괴롭히거나 전혀 다른 결의 케미였다면 수영과 윤선은 환상의 파트너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연과 윤선이 잘 어울리지 않냐"며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둘의 그림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정재·정재영, "친분으로 시작된 특별출연"
이날 언론에 먼저 공개된 '리볼버'엔 배우 이정재와 정재영, 전혜진이 특별출연해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오 감독은 "저와 개인적인 친분도 있지만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배우들과 술자리에서 특별출연 제안을 했는데, 이정재 배우가 뜬금없이 '내가 할래요'라고 말해 기적적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정재 배우의 출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날개가 되어 정말 감사했다. 촬영하면서 아이디어를 줬고, 특별출연이 아니라 주연이라는 생각으로 대단히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다"고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정재영의 출연에 대해선 "저와 술친구였고 조감독 시절부터 친해서 전도연과 배역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정재영을 떠올렸다"며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전도연 배우와 좋은 연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나서 부탁했고 흔쾌히 출연해 주셨다"고 말했다.
전혜진에 대해선 "한재덕 대표가 사정했다. 여러 작품에 출연 중인 바쁜 상황에도 함께 해주셨다"며 "마지막 신은 연출이 아니라 배우가 연기 하는 것에 카메라만 댔다. 본능과 직관으로 연기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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