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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환, 발굴된 백조였네…'안테나 嫡子'의 취향·감성

아이유 '러브 윈스 올' 작곡·편곡가 정승환·권진아·강승원·규현 등과 작업 "음악 앞에 겸손…계속 진중하게 접근"

2024.03.31 12:46  
[서울=뉴시스] 서동환. (사진 = 안테나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천재는 발견이 아니라 발굴된다.

안테나 소속 작곡가 서동환(28)이 '좋은 보기'다. 근사한 음악 호수(안테나)에 자연스럽게 앉은 백조의 수면 밑 분주한 발놀림을 떠오르게 한다.

근래 음원차트를 휩쓴 아이유의 '러브 윈스 올',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이 안테나로 옮겨 처음 발매한 EP '리스타트' 수록곡 '레인보우(Rainbow)' 등 서동환이 작곡·편곡한 노래들이 주목 받으면서 조명됐지만 그는 업계에서 이미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실력·감성을 인정 받고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정승환·권진아, 음악감독 강승원 등과 호흡했다.

무엇보다 서동환의 음악 경력은 부정합이다. 그가 빨아들인 음악의 지층은 시간의 순서대로만 납작하게 누워 있지 않다. 쌓아올린 기억, 추억, 능력이 어느 순간 뿜어져 나와 듣는 이들을 속절없이 무너지게 한다.

최근 서초동 작업실에서 만난 서동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밝고 따듯한 음악가였다. 그가 직접 골랐다는 인테리어의 색감 역시 포근하고 세련됐다. 그렇게 서동환의 근사한 취향과 그 발판이 되는 감성은 '토이(Toy)' 유희열, 싱어송라이터 정재형과 루시드폴 등의 뮤지션 계열을 잇는 '안테나 적자(嫡子)'임을 확인케 했다. 다음은 서동환과 나눈 일문일답.

-동환 씨는 안테나와 잘 어울리는 뮤지션입니다.

"토이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입시곡 하나도 토이 음악이었죠. '유(YOU)'(정규 6집 '생큐' 수록곡)라고 인스트루멘털 곡인데 피아노 전개가 정말 멋져요. 입시곡은 어느 정도 테크닉과 멋있는 것을 보여줘야 되잖아요."

-개인적으로 곡 작업 크레디트에서 서동환 씨의 이름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송예린 씨의 '숨쉬고 춤추며'(2020)였습니다. 편곡과 키보드 작업에 참여하셨죠?

"이 노래는 제가 아직까지 좋아해요. 최근 송현종이라는 기타리스트랑 작업을 하는데 송예린 씨의 오빠예요. 세네 곡을 같이 작업했죠. 그 형님도 되게 음악을 잘하시는 분이에요. 나중에 예린 씨랑같이 프로젝트 앨범 하나 해보기로 했어요. 숨겨진 보석 같은 친구거든요."

-바쁜 와중에 좋은 뮤지션들과 계속 작업을 합니다.

"음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새로운 게 나오기도 하고 또 새로운 길로 가기도 하고 하니까 좋죠.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서 먼저 연락할 때도 있어요."

-동환 씨는 맨 처음에 음악을 어떻게 좋아하게 된 겁니까?

"어릴 때부터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했어요. 당시엔 삽입된 음악도 좋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중학교 때 작곡가가 누구인지 알아보게 됐고, 작곡가 분이 히사이시 조라는 걸 알게 됐죠.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서머(Summer)'(영화 '기쿠지로의 여름'(1999) 주제곡)로 처음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이후 피아노가 재밌어서 실용학원 취미반을 다니기 시작했죠. 원장님이 입시반을 제안해주셔서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어요."
[서울=뉴시스] 서동환. (사진 = 안테나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예술계열 학교에 가게 되면 재능 있는 다른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잖아요?

"맞아요. 너무 많아서 원래 자퇴하려고 했어요. 근데 예술계열 학교는 커리큘럼이 음악 쪽으로 특화돼 있다 보니까 제가 일반 고교에 가려면, 1년을 쉬어야 하더라고요. '큰일 났다'라는 생각에 일단은 부딪혀봤어요. 하지만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죠. 어렸을 때부터 했던 친구들은 연주 근육부터 다르니까요. 하루에 10시간씩 머리 쥐어뜯고 울면서 연습했어요."

-천재인줄 알았더니 상당한 노력이 있었네요.

"어떤 분들은 제가 뚝딱 음악을 만들어내는 걸로 아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근데 잠을 줄이고 저를 갈아 넣으면서 작업해요. 물론 5분, 10분 만에 갑자기 곡이 써질 때도 있지만 몇 날 며칠 고민해도 곡이 안 써질 때도 있죠."

-그럼 히사이시 조를 알기 전까지는 원래 음악가가 꿈이 아니었어요?

"네 아니었어요.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 나가는 수학·과학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어요. 아버님이 공대 출신이시고 제가 장남이라 처음엔 그쪽으로 가길 원하시기도 했죠."

-근데 화성악 등 음악도 수학이잖아요.

"고등학교 입학해서 화성악은 가장 잘했어요.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걸요. 하하. 실기는 좀 떨어졌었는데 제 장점을 살렸죠. 아름다운 터치와 조금이라도 더 예쁜 코드 위주로 많이 가져가다 보니까 제 색깔이 생겼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 음악을 전공했죠. 영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오케스트라가 기반이 되는 음악과 앰비언트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영화음악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히사이시 조 님의 영향이 컸던 거죠?

"엄청 크죠.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 님도 그렇고요. 딱 두 분이 저한테는 너무 영감을 많이 줬어요."

-그래서 동환 씨 음악엔 클래시컬한 부분이 묻어나와요.

[서울=뉴시스] 서동환. (사진 = 안테나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 입으로 말하기 되게 부끄러운 건데 가끔 저한테 고급스럽다고 해주세요. 사실 음악 작업하면서 그걸 의식하지는 않거든요. 제 감성이 요즘 것만의 반영은 아니라서, 조금 다른 색깔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동환 씨는 클래식이 기반인 음악가인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스트링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은 없는데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했어요. 감각으로 습득한 부분이 있어요. 스트링의 톱라인이 보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라인들을 떠올리고, 그 안에 화성학적인 내용을 채우고 또 편곡에 근사한 걸 만들려다 하다 보니까 이제 조금 익숙해진 거 같아요."

-버클리 음대(휴학) 유학은 어떻게 가게 된 겁니까?

"팝의 본고장에서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라고 국제 학생들이 많으니까, 좋은 외국 친구들이랑 좀 더 수업을 한번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교수님들이 많은 곳이니까요.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너는 미국 마인드'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영국, 미국 등지의 친구들을 알게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동환 씨의 작업 스펙트럼이 참 넓어요. 안테나 외 뮤지션들과도 유연하게 작업하잖아요.

"저는 다양하게 많이 해보는 편이거든요. 나중엔 팀이나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전투적인 느낌까지는 아니고 같이 모여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송캠프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음악 작업도 그렇게 편하게 만나서 얘기하다 이뤄진 거예요. 정승환 씨랑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여러 노래를 들려줬는데 그 중 한 곡이 마음에 들었나 보요. 승환 씨가 '같이 작업해보자' 제안을 해줬고 그렇게 같이 작업하면서 만들어진 만들어진 곡이 제 입봉작인 '안녕, 겨울'(2019)이었죠. 전 아직도 그 곡을 너무 좋아해요. 겨울마다 들으면서 울거든요. 하하."

-이후에도 권진아 씨, 이수현 씨, 샘김 씨 등 다양한 분들과 작업을 했는데 그럼에도 동환 씨 인장이 매번 박혀 있어요. 작곡가에게 그런 시그니처가 생긴다는 건 좋은 거죠?

"진짜 고마운 거죠. 저는 모든 작업에 진짜 최선을 다해요. 너무 최선을 다해서 항상 기가 빨려버리죠. 그 와중에 너무 좋았던 건 쉴 틈 없이 제게 계속 제안이 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 3~4년은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죠."

-그렇게 각광 받는 작곡가인데 요즘 주목 받는 K팝 분야가 아닌, 발라드 계보를 잇는 귀한 작곡가라는 점에서 더 좋습니다.

"아무래도 K팝 쪽이 활발하니까요. 그리고 그 만큼 보상 받는 것도 있고요. 전 아직 금전적 보상은 크게 생각 안 하고 있어요. 우선 음악을 재밌게 하고 싶거든요. 발라드를 필요로 하는 아이돌처럼 색다른 음악을 하는 팀이 있다면 그것이 재밌어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기는 해요."

-서사가 있는 멜로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겁니까?
[서울=뉴시스] 서동환. (사진 = 안테나 제공) 2024.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를 많이 보는데, 곡을 쓸 때 장면을 많이 떠올리는 편이거든요. 제가 봐왔던 영화들, 영상들 그리고 제가 보고 들은 실존하는 상황들을 기반으로 제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혼자 상상해요. 그렇게 했는데도 상상이 힘들 때는 유튜브에서 영화를 축약해 놓은 영상에 그 영화와 상관 없는 음악을 쓴 콘텐츠를 봐요. 그걸 보면서 곡을 써요. 아이유 씨의 '러브 윈스 올'도 음악 볼륨은 다 줄이고 '노트북' 영상을 보면서 '여기다 어떤 음악을 붙이면 좋을까' 고민하다 만들어진 곡이에요. 그렇게 해서 '러브 윈스 올' 멜로디에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죠."

-그래서 그런가 동환 씨의 음악은 공감각적으로 느껴집니다.
청각, 시각이 같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요. 두 세가지 감각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걸 느껴주셨다면 너무 감사하죠. 특히 '러브 윈스 올'은 제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에요. 제겐 너무 놀랍고 벅찬 작업이었거든요. 원래부터 아이유라는 사람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유학 갈 때부터 아이유, 박효신, 지드래곤(GD) 이렇게 세 분은 언제가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분들이에요. 그 중 한분인 아이유 씨와 이렇게 빨리 작업하게 될 지 몰랐어요. 강승원 선생님이 2집 프로젝트에 실린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H₂O)' 편곡을 감사하게도 제게 부탁해주셨는데, 그 노래를 부르는 분이 심지어 아이유 씨라는 거예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강승원 음악 감독님이랑 아이유 씨랑 작업물에 제가 편곡가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너무 감사해서 진짜 열심히 했어요. 또 제가 정재일 형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곡의 스트링 녹음을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로부터 원격으로 받았는데 그 과정을 정재일 형님 집에서 했어요. 형님 집에 있는 큰 스크린 화상을 통해 영어로 소통하면서 녹음을 받았거든요. 그 과정을 정재일 형님, 강승원 감독님이 지켜보고 계셔서 엄청 떨렸어요."

-동환 씨도 정재일 씨처럼 영화 음악감독과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싶으신 거죠?

"그렇죠. 음악감독도 하고 싶고요. 콘서트도 너무 좋아해요. 정승환 씨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음악감독을 했었어요. 이번에 또 음악감독을 할 기회가 생겨서 밴드 마스터도 겸해서 투어도 할 것 같아요."

-동환 씨는 평소에도 음악에 대해 계속 생각할 거 같아요.

"작은 건반을 들고 다녀요. 제주도에 가든, 일본에 가든, LA에 가든 이 걸로 스케치를 많이 해요. '러브 윈스 올'도 이걸로 썼었어요."

-유희열 씨, 정재형 씨 등 안테나 뮤지션들의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곧 정재형 형님이랑도 곡 작업을 하는데 무서우면서도 떨려요. 대선배님과 작업이라서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동환 씨가 맨 처음 음악을 접하면서 가졌던 마음가짐 혹은 태도 중에서 지금 달라진 것이 있나요?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더 무거워진 것 같아요. 배워야 할 게 뭐 너무 많다는 걸 계속 느끼고 있어요. 잘하시는 분들도 많고, 너무 다양한 뮤지션분들 다양한 음악들이 있다 보니까 마냥 겸손하게 됩니다. 동시에 제 음악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기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진짜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음악 작업들을 우선 맡으려고 해요. 그렇게 음악에 대해 계속 진중하게 접근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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