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한 아버지의 이같은 사연이 공개됐다.
아버지 A씨에 따르면 최근 딸이 부쩍 방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 이상하게 여기던 중, 딸이 못 보던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A씨가 휴대전화의 출처를 묻자 딸은 "19살 남자친구가 사줬다"라고 말했다. A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남성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수상한 남성의 목소리에 A씨는 당장 얼굴을 보자고 다그쳤다.
남성은 당황한 듯 우물쭈물하더니 충격적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제가 장모님 상 중이라.."는 것. 실제 남자의 나이를 추궁하자 19살이라던 그 남자는 21살, 36살이라고 점점 나이를 올려가며 거짓말을 반복했다. 남성은 "죄송하다. 저 감옥 가기 싫다"라고 말했다.
경찰에서 확인한 남성의 나이는 1976년생, 49살이었다. A씨보다도 다섯 살이 많았다.
놀란 A씨는 딸에게 그 남성을 어떻게 만났는지 물었고, 딸은 '오픈 채팅방'에서 만났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만나서 다이소, 아트박스, 이마트 등에 쇼핑을 하러 갔다고 한다. 남성은 딸에 5000원에서 1만원까지 용돈도 줬다.
특히 남성이 개통해준 휴대전화에는 마치 연인 사이에서 나눌 법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자기야' '나만 연락을 기다리는 것 같다' 등의 문자가 수천 건이었다. 어떤 날에는 '지금 모습 보고 싶어. 많이. 침대랑. 진짜 기대함'이라며 아이에게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매체를 통해 "전형적인 아동 성적 길들이기다. 마치 자기는 순진한 사람인 척, 낭만적이 척하는데 실제로는 거미줄을 친다"라며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말해야만 어린아이를 속박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휴대전화'에 집중했다. 김 교수는 "말하다가 불리해지면 (이 남성이) 휴대전화 얘기를 꺼낸다"라고 했다.
실제로 이 남성이 보낸 메시지 중에는 '너 때문에 휴대전화에 다달이 나가는 돈이 4만7000원이야. 2년 계약. 그니까 헤어지면 안 되지'라는 내용이 있었다.
한편,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40대 후반 남성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12살 초등학생에게 접근해 룸카페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벌어졌다.
오픈채팅은 방 개설에 특별한 연령 제한이 없어 실제 미성년자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에 미성년자들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