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연출 박인제, 박윤서)의 대본을 쓴 강풀은 '순정만화' '바보' '이웃사람' '조명가게' 등의 웹툰을 선보이며 한국 웹툰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여러 작품의 영화화에도 '원작 웹툰 작가'의 위치로만 있었던 그는 '무빙'을 통해 직접 대본을 썼다. 평면의 웹툰 배경에서는 '납작'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을 보다 더 넓은 공간으로, 보다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었다.
짧고 강렬한 '신' 위주, 빠른 '속도' 위주의 콘텐츠 속에서 그는 OTT 플랫폼에서 보기 드문 20부작 긴 호흡으로 '무빙'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각 캐릭터의 서사가 충분해야만 '무빙'이 가진 정서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강풀이 그린 이야기는 류승룡 조인성 차태현 등 스타배우들과 신선한 문법의 연출력, 플랫폼의 지원 속에서 '무빙'으로 완성됐다. 긴호흡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쌓아올린 서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에게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무빙'은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 최다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강풀 작가는 28일 뉴스1과 만나 매일 '무빙'을 검색하고 있는 요즘의 일상을 말하며 자신 역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빙'이 호평을 받고 있다 .요즘 어떤 마음인가.
▶기분이 좋다. 원래 나는 내 작품에 대해서 찾아보지 않는데 요즘은 매일 '무빙'을 검색한다. '원작보다 낫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웃음) 항상 원작과 비교를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비교 대상이 원작인데 내가 그린 만화에 미안하면서도 좋다.
-직접 대본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
▶영화만 했을 때는 벽에 부딪치더라. 처음에는 좋다고 하는데 지나고 나면 (원작이) 조금 이상하다고 연락이 온다. 축약을 하거나 변형을 해야 한더라. '무빙'은 드라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호흡이 길고 '무빙'은 내가 애정이 남달랐다. 원래 만화는 내 것이어도 영화는 감독님 것이라고 생각해서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가 트리트먼트 과정에서 의견을 많이 내게 되더라. 그러다가 (대본) 제안을 받았다. 만화 시나리오는 나만 알아보면 되는데 지금은 제작진이 다 알아봐야 하더라. '무빙'에 대해 욕심을 가진 이유는 만화는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면 덜어내는 부분이 많이 있다. 마감에 맞춰야 하는 일도 있고 구성을 신경을 써도 캐릭터가 납작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만화에서 하지 못한 걸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반응을 검색하는 게 만화는 나 혼자 망하는데 이번에는 같이 하는 것이어서 자세가 달라지더라.
-드라마화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조건 재미다.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만화를 20년 넘게 그렸다. 시대가 많이 변한 걸 느낀다. 사람들이 점점 서사를 보지 않더라. 숏콘텐츠를 더 많이 본다. 나는 인물들의 서사가 중요했다. 결국 인물이 사건을 만나서 결말로 가는 건데, 사건은 소재이니까 누구나 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인물의 서사다. 이걸 다 쓰면 사람들이 지루해할텐데 어떻게 하나. 아무리 이야기해도 재미가 없으면 안 보지 않나. 모든 작가들은 '나만 재미있으면 어떡하지' 걱정을 할 거다.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예시가 있다면.
▶모든 인물들이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프랭크는 말 그대로 텐션이 중요하더라. 프랭크는 갑자기 급조한 캐릭터는 아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까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앞부분을 썼고 부모 세대, 자식 세대의 이야기도 더 고민했다.
-원작에서는 추어탕집인데 남산돈까스집이다.
▶(돈까스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일단 안기부가 남산에 있었다. 실제로 안기부 구청사 건물 배경이다. 아직도 지하를 못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이상하게 음산한 것도 있다. 남산 하면 떠오르는 돈까스집으로 했다. 실제로 남산 돈까스를 먹어본 적은 없다.
-주원(류승룡 분)이 자해공갈로 돈을 버는 설정인데.
▶주원은 가장 쉬운 길, 쉬운 방법을 찾는 사람이다. 몸이 지나치게 튼튼하다보니 편한 방법으로 산 거다. 11회 12회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고어 장르가 세지 않았나. 그렇게 해야 주원의 신체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N인터뷰】②에서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