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배우 정해인이 군무 이탈 체포조 'D.P.'는 자신에 있어서 변곡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극본 김보통, 한준희/연출 한준희, 이하 'D.P.2')는 지난달 28일 6부작 모두를 공개했다.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 일병(정해인 분)과 한호열 상병(구교환 분)이 탈영병을 검거하면서 마주치는 현실을 담아낸 드라마다. 지난 2021년 공개된 시즌1은 탈영병 체포조라는 신선한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조명하며 인기를 얻었다.
새롭게 돌아온 시즌2에는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에 이어 배우 지진희가 육군 본부 법무실장 구자운 역으로, 김지현이 법무장교 서은 중령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시즌1에서는 군대 내 괴롭힘과 계급사회에서 오는 부조리를 다뤘다면 시즌2에서는 그 화살이 군대 권력의 중심부와 국가를 향하며 밀도를 높였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글로벌 톱1 TV시리즈 비영어권 부문에서 'D.P.2'는 공개 첫 주에서 15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5위로 출발했다.
정해인은 극 중에서 군대 내 부조리를 겪어가며 성장하는 안준호 역을 맡았다. 불우한 가정 환경을 뒤로 하고 군대에 입대한 안준호는, 군대 안에서도 철저한 계급 사회에서 오는 부당함에 좌절한다. 조석봉 일병(조현철 분), 김루리 일병(문상훈 분)을 겪으며 허무함을 느낀 그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버리기도 한다. 정해인은 덤덤한 표정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갈등하는 안준호를 세심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정해인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많은 취재진을 만나 'D.P.2'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 'D.P.2'를 공개한 소감은.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배우로서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본다는 것은 가장 좋은 일이다. 그 순간을 만끽하고 즐기려고 하고 있다.
-'정해인은 퍼스널 컬러가 'D.P.'다'라는 말이 있다.
▶'D.P.'의 안준호와 정해인과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말씀해주신 것 같다. '융통성 없는 얼굴'이 비슷하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이해가 됐다. 얼굴 뿐만 아니라 다른 점도 내포된 것 같다. 고집이 있고, 자기 스스로 가진 가치관과 철학이 확고하다.
그래도 안준호 만큼 융통성이 없지는 않다. 대중 분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융통성은 있어야 한다. 융통성이 없다면 이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할 수 없다. 융통성이 없다기 보다는, 소신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시즌1이 워낙 호평을 받았어서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시즌1의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다. 스태프들의 촬영 세팅과 조명, 배우들의 연기에도 힘이 들어가면 현장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다. 서로 힘 빼고 배려하면서 해야한다. 감독님과 힘 빼고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하자고 이야기했다.
-안준호가 이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했는데.
▶특별히 계급에 따라 연기에 차별화를 두지는 않았다. 안준호가 겪은 사건과 일들에 대해 시즌2에서도 누적된 연기는 가져가고 싶었다. 시즌2 첫 촬영에서도, 시즌1 1편부터 있던 전사를 계속 머릿속에 가지고 연기를 했다. 연기하는 배우로서 이것을 대할 때 진정성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벼워질 수 있다. 그 점을 가장 염두해서 촬영에 임했다.
-실제 군대 생활은 어땠나.
▶쉽지 않았다. 힘들었다. 제가 08군번인데, 2010년도에 전역했다. 이등병 때는 많이 긴장하고 혼나기도 했고, 일병 때는 일하기 바빠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후임 챙기느라 정신 없었다. 상병 및 병장이 되면서부터 부대 내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다던지, 깔깔이를 입는다던지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인 21살에 군대가 철저하게 계급사회라는 것을 느꼈다. 이등병 때는 제 손에서 행주나 걸레를 계속 쥐고 있던 기억이 난다.
-한호열 상병 처럼 군대 생활에서 생각나는 선임이나 동료가 있나.
▶촬영할 당시 제 군대 생활이 묘하게 오버랩됐던 경우가 있었다. 군대에서 저를 잘 챙겨줬던 선임이 있었다. 선임이 먼저 제대를 했는데, 후임 입장에서는 선임이 집에 가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동고동락하면서 지내고 가깝게 지냈던 사람을 못본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D.P.2'에서 안준호와 한호열의 이별 장면을 촬영할 때 감독님께서 담담하고 담백하게 미련없이 서로 헤어지는 사람처럼 표현하라고 하셨다. 한호열이 가는 뒷모습을 오랫 동안 바라보는 다른 테이크도 있었다.
-멜로 드라마를 안 한지 꽤 오래 됐나. 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저도 군복을 벗고 싶다. 전역 좀 시켜달라고 했다. 안 하려고 한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멜로를 안 한지 꽤 됐다. 올해도 안하면 5년차로 접어드는데 우선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멜로를 기다리는 팬들도 있으니 저도 하고 싶다. 회사와 저도 열심히 머리를 맡대고 작품을 찾고 있다.
-얼마 전에 데뷔 10주년 팬미팅을 하지 않았나. 어땠는지.
▶몇주년을 세지는 않아서 덤덤했는데 다시 한번 10주년 팬미팅을 하면서 상기했다. 돌이켜 생각했을 때 팬미팅이 가장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팬분들이 저에게 멜로를 왜 안하냐며 서운해하셨다. 저도 멜로를 하겠다고 약속드렸다.
-'D.P.2'에서 안준호 전역이 364일 남았다고 끝난다. 안준호의 미래를 상상해봤나.
▶왜 364일이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365일은 너무 길어서 364일이라고 한 것인지. 준호가 호열 없이 'D.P.'조 조장이 돼서 활동을 잘 해나가면서 어려움도 겪고 여러 가지 사건이 생길 것 같다.
-어디서든지 슈트를 자주 입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제 스스로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톤 앤 매너를 갖추는 게 중요했다. 결혼식장을 가거나 장례식장을 갈 때 옷을 대충 입고 가지는 않는다. 인터뷰를 하는 자리가 가볍고 캐주얼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귀하고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슈트를 입고 왔다.
-'D.P.' 안준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나.
▶탈영은 절대로 정당화 될 수 없다. 각자 저마다 사연과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제가 안준호였다면 탈영이라는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D.P.' 를 촬영하면서 스스로 생각이 깊어졌다. 스스로에게 '이런 용기가 있어?'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본인에게 'D.P.'는 어떤 작품인가
▶'D.P.'는 변곡점이다. 보여주지 못한 다른 연기,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도와준 감사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