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우리나라에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성(姓)·본(本)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 여성과 한국인 남편은 자녀가 한국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정체성도 분명히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의미와 함께 우리사회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기존 남편의 성을 따르던 5세 아들의 성을 어머니의 성으로 바꿨다.
법원은 이 가족이 우리사회의 편견과 오해에 맞서 아들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긍지를 갖고 정면돌파하는 삶을 살라는 의미로 이러한 성본 변경을 시도했다면서 이들의 청구를 허가했다.
23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가사단독 이의진 판사는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 A씨가 청구한 ‘자의 성과 본의 변경허가’ 심판을 인용 판결했다.
성본 변경허가는 대체로 재혼가정에서 계부나 양부의 성본으로 변경 요구, 이혼이나 사별 후 어머니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서 어머니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심판청구의 경우 혼인 상태로 사이좋은 부부 사이에서 자녀의 성본을 어머니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해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남편 B씨는 2016년 홀로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하노이대학 대학생이던 A씨를 만났다.
이들은 그해 12월 베트남에서 결혼하고 국내에 입국해 양주시에서 가정을 꾸리고 혼인신고했으며 2018년 아들을 출산했다.
B씨는 아내가 나이 많은 자신을 믿고 머나먼 타국으로 이주해온 점 등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평소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하고 있으며, 양성평등 가정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그는 아들이 아버지의 혈통인 한국인로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혈통인 베트남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들의 성본을 모계로 변경하기를 원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당당히 이겨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아내 A씨도 아들을 자신의 성본으로 따르게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부는 “대한민국서 베트남 여성 이주민이 만든 성본의 후손이 대대로 이어지게 하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친권자·양육자의 의사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청구대로 사건본인(아들)의 성본 변경이 이뤄질 경우 가족 간의 정서적 통합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본 변경으로 인해 대외적으로 외국 이주민의 혈통임이 드러나고, 사회의 주류질서라고 할 부성주의에 반하는 외양이 형성돼 비우호적 호기심과 편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더라도 이는 우리사회가 앞으로 극복할 과제다. 이를 이유로 어머니와 가족 구성원의 개인적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상 이익을 무시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가족은 편견과 오해 등에 맞서 아들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라는 뜻에서 성본 변경을 구하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된 성본 변경권의 남용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유 있는 청구다”며 인용 이유를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