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020년 1월 20일(월요일) 처음 발생했다. 당시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2250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라는 질병의 명칭도 생기기 전이었다. '우한 폐렴'이라 불렸던 전대 미문의 질병으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가지수는 끝을 모르고 바닥을 향했다. 같은 해 3월 20일,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고 딱 3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는 1566으로 30%가 급락했다.
2020년 3월 20일을 기점으로 국내 주가지수는 상승을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국가들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전국민재난지원금과 같은 형태로 시장에 현금을 살포했다. 공장과 학교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집안에 갇혀 지냈다. 하지만 넘쳐흐르는 시장의 유동성은 주식은 물론, 부동산, 거기에 더해 새로운 유동성 스펀지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비트코인)의 가격을 급격하게 끌어 올렸다.
주가는 상승을 거듭해 2021년 6월 25일에는 3300을 돌파했다. 1년 3개월 만에 대한민국 기업들의 평균적인 자산 가치가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코스피에 비해 덩치가 작은 기업들이 주로 있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저점이 420정도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1062를 돌파하며 2.5배 이상 상승했다.
■코로나19,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뒤
코로나19라는 전대 미문의 위기로 인해 각 국은 기준금리를 0%대로 낮췄다.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던 시기에 통장에 3000만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1년 뒤에 2% 정도 금리를 받아 6만원의 추가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반면 이 시기에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물론, 저점의 바닥을 잡을 수 있는 개미는 없을 것이지만 평균적인 주식의 가격이 2배가 됐다는 것은 어떤 기업은 50%, 어떤 기업은 5배, 10배도 올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주식의 본질은 우량한 기업의 소유권을 N분의 1로 나눠 이를 공동 소유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에 기업을 상장시켜 새로운 투자금을 받고(대신 소유권을 일부 나눠줘야 한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함께 (배당혹은 시세차익으로) 나눠 받는다.
기업의 현재 수익과 미래 성장 가치는 현재의 주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기업의 본질 가치와 상관없이 기업의 주가를 끌어 올리기도 한다. 더불어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투기 수요'로 인해 기업의 주가는 본질 가치보다 위 아래로 더 크게 요동친다. 상승기에는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 더 크게 오르며, 하락기에는 본질 가치보다 더 크게 하락한다. 주식시장은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도 코스피가 상승하던 어느 시점에 처음 주식을 시작했다. 주식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자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도 주식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1000만원 정도였다. 그리고 약 14개월 뒤인 2021년 3월에는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이 7000만원 정도로 7배가 올랐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14개월 만에 700%, 2달에 원금의 2배씩 자산이 불어난 것이다.
주변에서 비트코인을 한다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하루 이틀 만에도 월급을 벌었다며 자랑했다. 그들은 "비트코인 수익률이 몇 %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돈 복사'라는 말을 썼다. 말 그대로 "돈이 복사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략 그 즈음을 전후했던 시기에 '욜로'라는 말이 유행했다. 'You Only Live Once',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자는 주의였다. 지금 검색해 보니 스텔라장 역시 2019년 7월 5일에 'YOLO'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다만 '욜로라는'말은 때 아닌 재테크로 성공해 현재를 즐기자라는 뜻보다는, 어차피 아무리 '노오력' 해도 부자는 안 될 것 같으니 '그냥 지금이라도 즐겨보자'는 뜻이었다.
'벼락거지'라는 말도 유행했다. 주변 사람들 모두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로 부자가 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벼락거지'가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재테크를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월급만으로 생계를 꾸려온 많은 사람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렵다고 하는데 왜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는 이렇게 오르는 거지?'라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욜로가 유행한지 2~3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3년 현재 수많은 오픈 채팅방에는 '거지방'이 유행하고 있다. 거지방은 카카오톡 오픈채팅 방에 익명으로 참여해 절약 정신을 일깨우는 방이다. 어떤 소비 욕구가 생길때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하면 익명의 다수가 '지름 욕구'를 잠재워주는 방이다. 예를 들어 "5600원에 스타벅스 카페모카가 먹고 싶어요"라고 글을 올리면 "회사 탕비실에서 맥심과 카누를 섞어 마시라"는 충고가 돌아온다. "퇴근하고 가는데 너무 피곤해서 택시를 타고 싶어요"라고 올리면 "걸어가면 건강해지고, 지하철만 타도 5000원을 아낄 수 있다"는 질타가 나온다.
■오마카세 27만원, 예약은 받지 않습니다
당시에 하루 몇 시간씩 주식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던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오마카세'만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몇 개를 알게 됐다. 오마카세는 원래 '맡긴다'는 뜻으로 메뉴판이 따로 없이 주방장이 알아서 요리를 내어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코스요리로 나오는 아주 비싼 초밥집'을 가리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일식집을 보통 '스시야(집)'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오마카세 전문 스시야는 10만원 미만 업장을 '엔트리급(입문자용)' 10만원~20만원 미만을 '미들급(중급자용)', 20만원 이상을 하이엔드(상급자용)'로 나눈다.
가장 즐겨보던 한 채널에서 최고의 스시야로 자주 나오던 한 가게가 있었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강남인가 청담인가에 있다는 그 가게는 1인당 저녁 가격 기준으로 한 끼에 27만원이었다. 술을 한 잔 곁들이면 한 끼에 3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게였다. 영상을 보며 '언젠가 한번 저곳에서 나도 밥을 먹을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쓸데없는 생각이었다는 걸 깨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해당 식당의 경우 이미 예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밀려 있어서 새로운 손님은 돈이 많아도 예약 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당 스시집의 27만원 오마카세를 먹기 위해서는 기존 단골인 손님의 초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손님과 함께 방문해 주인장과 안면을 트고는 예약 대기 순번을 받아 최소한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부자가 많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해당 식당의 리뷰에 따르면 저녁 가격은 30만원으로 3만원이 올랐다. 콜키지(식당에 개인이 가지고 온 주류를 개봉하거나 잔을 제공받는 서비스)는 7만원이다. 여전히 '사전예약불가업장'이라고 한다.
■400원 도시락이 뭐야? 진짜냐?
2010년대 초반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며 자취를 하던 필자에게 매일 매일은 큰 고민의 연속이었다. 특히 스터디가 끝나고 저녁의 메뉴를 정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내수와 수출 전략을 논하라'와 같은 논설의 문제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당시 가장 큰 고민은 '2200원을 주고 한솥 치킨마요 도시락'을 먹을 것인가 '300원을 추가해 훨씬 더 풍부한 도련님 도시락'을 먹을 것인가였다. 치킨마요 도시락은 저렴한 가격에 마요네즈와 잘게 썬 치킨 조각의 감칠맛을 느끼기에 좋았고, 도련님 도시락은 치킨과 함박스테이크를 든든하게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10년도 전의 저렴한 도시락 가격이 2000원~3000원 이었는데 '400원 도시락'이란 기사 제목을 보고 데스크가 물었다. "이거 도시락 400원 아니고 4000원 아니냐?"
내 대답은 "400원 맞습니다. 원래 가격은 4000원 정도 하는데 편의점에서 나온 미끼 상품 같은 겁니다."였다.
실제로 편의점 GS25는 지난 4월에 '김혜자 도시락'을 최대 90%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