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막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 여러 세대에서 ‘인분’(人糞)이 발견돼 입주예정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으로 건설된 이 아파트는 최근 옹벽이 무너져 언론에 오르내린 곳인데 사전점검 때 무려 1만6000건의 하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공사가 공사비 수십억원을 더 내라고 요구하면서 조합원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부터 인천 미추홀구에 소재한 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지역주택조합이 시행자, 대기업이 시공사다. 총 372세대 중 260여세대가 조합원에게 분양됐고 나머지는 일반 분양분이다.
입주를 며칠 앞둔 지난 3월30일부터 4월2일까지 사전점검을 실시했는데, 하자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입주예정자들이 업체에 위탁해 실시한 점검에서 세대당 평균 43건, 총 1만6000건의 하자가 나온 것이다.
여러 곳의 세대에서는 인분이 발견됐다. 지난 1월과 3월 경기 남양주시, 수원시의 새 아파트에서도 인분이 나와 입주예정자들이 분노한 바 있는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인분은 누군가 볼일을 보고 치우지 않은 상태로 있었고 세대의 다용도실, 보일러실, 복도 등에서 나왔다. 조합원 인터넷 커뮤니티는 총 4세대에서 인분을 확인했다.
인분을 발견한 조합원 A씨는 “(발견된 후) 오랜 기간이 지나 인분이 정리됐고 청소를 했으나 잔변이 눌어붙어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다”며 “현장의 관리감독이 미흡한 것 같다”고 불쾌해 했다.
하자는 대부분의 시설에서 확인됐다. 깨진 창문이 있는가 하면 외벽엔 금이 갔고, 붙어 있어야 할 복도 계단과 창 사이는 벌어져 있었다.
특히 지난 5~6일 비가 내린 후 아파트 곳곳이 누수 몸살을 앓았다. 지하 주차장과 피트니스센터엔 떨어진 빗물이 고였고 세대 내 보일러실에서도 누수 흔적이 발견됐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조합원 커뮤니티 관계자는 “매일 아파트에 나와 둘러보는데 5~6일 비가 왔을 때 지하 주차장 바닥이 빗물로 흥건했고 피트니스센터는 발을 디딜 때 ‘첨벙첨벙’ 소리가 날 정도였다”고 했다.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28일엔 배관이 터지면서 엘리베이터가 물에 잠겼고 지난 6일에는 높이 1미터, 길이 20미터 규모의 옹벽이 무너졌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건 상황이 이런데도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서다.
시공사는 조합과 약 58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입주시기가 다가오자 56억원을 더 요구하고 나섰다. 조합원당 2000만원을 넘게 부담해야 한다.
시공사는 조합 측에 관련 공문을 네 차례 보냈고 조합이 협의에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조합원들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했다.
한 조합원은 “하자투성이 아파트를 지어놓고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사비 증액에 대해서 결사반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공사 관계자는 “전문업체가 하자를 찾아내면 통상적으로 많이 나온다. 제기된 하자에 대해선 해결하고 있다”면서도 “인분과 관련해선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공사비 증액 건은 인건비·자재비 인상으로 인한 물가변동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