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간의 정상회담이 2년 9개월만에 성사됐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정상회담을 두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회담에 적극적이었던 윤 대통령과 달리, 기시다 총리와 일본측은 연일 소극적인 모습을 내비친 것이다. 이러한 온도차의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뤄진 한일정상회담은 대통령실이 회담 시작 4시간 전 언론 브리핑에서도 성사 여부를 함구할 정도로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주 순방 사전 브리핑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일본 정부 측에서 “결정된 게 없다”고 반발하면서 난기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회담에서도 일본 측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본 측이 장소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30분간 회담이 약식 정상회담으로 남게 된 것이다. 또, 회담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있는 유엔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진행되며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에 윤 대통령이 찾아가는 모양새가 연출되었다.
그렇다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이처럼 한국과 일본 양국간에 온도차가 존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2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일본에 혐한 감정이 있다. 북한 주민들이 예전에 한국에 대해 가졌던 반한 감정보다 더 크다”며 “일본은 한류하고는 별개로 한국 정부, 한국 정치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일본 정상이 한국 정상을 만나면 (일본) 국내에서 인기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 측은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에 관해 "한일관계를 역대 가장 좋았던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수상의 21세기 한일파트너십 선언 수준으로 조속히 복귀하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이어가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물론 양국 간 휘발성 큰 쟁점 현안도 남아있다.
한편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 자료를 통해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상호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가자는데 공감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또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