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원태성 권진영 기자 = "18,19학번 선배들이 와서 분위기 잡아주세요."
지난 7월30일 '고학번이 엠티(MT, 수련모임)에 가도 되냐’는 서울 소재 대학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이밖에도 "22학번인데 선배들이 함께 와줬으면 좋겠다"며 고학번 선배를 엠티에 초대하자는 댓글이 많았다.
올해 대학에 입학해 이번 여름방학 첫 엠티를 다녀왔다는 김모씨(20)는 12일 "엠티에 고학번 선배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엠티 동안) 선배들로부터 술게임도 배우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이제 정말 대학생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엠티처럼 선배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져 우리같은 새내기들이 대학생활에 대한 정보를 쉽게 배우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 엠티에 참가할 경우 비난의 눈초리를 견뎌내야 했던 고학번들의 입지가 확 달라졌다. 코로나19로 대학가에서 3년 동안 사라진 대면활동이 재개되면서다. 팬데믹 시기 입학한 학생들이 대면행사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과거 ‘화석’ 취급받았을 고학번 선배들이 ‘대학문화 전수자’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3년만에 대면활동 재개했지만…책임자들 경험 없어 발만 동동
지난 5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식 해제되면서 억눌렸던 대학생활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며 대학가는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집행위원장은 “각 대학에서 최근 오프라인 행사를 3년 만에 재개했는데 많은 학우들이 이를 기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여름방학 성균관대는 국토대장정, 경희대는 제주도 순례길을 기획했는데 예년과 달리 학생들의 참가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면행사를 준비하는 학생 대표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표자들 대부분이 3학년임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학을 했기 때문에 대면행사 기획은커녕 참가해본 적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20학번인 천제우 외대영어대학 학생회장은 “현재 학생회 임원 중 가장 높은 학번이 19학번이지만 이들이 1학년일 때 행사참여는 해봤어도 실제 집행해본 적은 없다"며 "대면행사 실무기획에 대해 물어볼 선배가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21학번인 숙명여대 통역봉사단(SMIV) 학생대표 주모씨(여·21)도 "직전 기수에게 인수인계받은 사항들이 모두 비대면기준이라 이번에 새롭게 만든 행사 기본틀도 많다"며 "틀을 새로 만들면서 조언을 구하기 위해 3년 전 선배 단원들까지 수소문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코로나19 장기화로 3년 가까이 대면활동이 중단되다 보니 학생사회의 명맥이 끊기는 경우도 있었다. 천씨는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율동동아리가 있었는데 율동을 알려줄 선배가 남질 않아 결국 버티다 못해 지난해 인준 해제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 문화전수 사명감' 총학생회, 여름방학 기간 학생자치워크숍 개최
각종 대학문화와 학생자치 실무를 전수해 줄 코로나19 이전 학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 속에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사명감을 갖고 여름방학 기간 실무 노하우를 전수해줄 학생자치워크숍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 자리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에 입학한 고학번들에게 코로나19 학번들을 위해 각종 실무 노하우를 전수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총학생회확대간부수련회’를 12일부터 개최했다. 함형진 연세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장은 “총학생회 실무진 중 코로나19 이전에 입학한 고학번들도 참여를 많이 했다”며 “학생자치행사를 하는 데 필요한 관련 매뉴얼이나 지침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도 ‘오프라인으로 돌아가 학생자치를 회복하자’는 기조의 ‘RE:BOOT’ 캠프를 오는 2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민지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캠프구성에 실무기획 피드백이 있다”며 “1학기 사업을 점검하고 하반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하우를 대면활동이 처음일 후배들에게 전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의 경우 ‘코내기 제대로 놀이터’를 오는 28일부터 2박3일간 진행한다.
김민정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대학 대표자들을 만나봤는데 온라인으로 전환됐던 대학 사회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 컸다”며 "19학번이나 18학번이 학교에 남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가 되돌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