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에서 입찰표에 0을 하나 더 적어 원하는 가격보다 열 배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사고가 또 나왔다. 1억짜리 아파트를 10억원에 응찰하는 식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서다.
오늘 2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8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전남 무안군 근화베아채 아파트 전용면적 59㎡(4층)가 감정가 16억4580만원에 낙찰됐다. 최저 입찰가인 감정가 1억6400만원의 약 10배(낙찰가율 1003.50%) 값이다.
시세와 비교해도 낙찰가가 아주 현저하게 높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같은 달 최대 2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도 2억원 안팎이다. 눈에 띄는 개발 호재도 없는데 서울 강남권 소형 아파트 수준에 낙찰된 것이다. 강남구 대치효성아파트 전용 59㎡ 매물의 현재 호가가 16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낙찰자가 입찰가를 잘못 써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매 절차가 수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수로 응찰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일이 종종 있다는 설명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낙찰가율 1000% 이상으로 낙찰된 사건은 24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입찰가 오기입이었다.
지난 5월에도 강남구 청담동 삼성청담 아파트 전용 86㎡가 감정가 12억6000만원 10배인 126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낙찰자가 결국 잔금을 치르지 않아 재입찰이 이뤄졌다. 이 경매 물건은 3개월 뒤 다른 응찰자가 13억8699만원에 낙찰받았다.
실수가 명백하더라도 매각을 취소하긴 어렵다. 낙찰자가 법원에 매각 불허가를 요청해야 하는데 법원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다.
이주현 지지옥션 매니저는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순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오기입이 불허가 사유에 속하지 않아 취소가 어렵다"며 "신중하게 경매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직전에 낙찰받은 사람은 추후 진행되는 재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