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친 자영업자들 "차라리 3단계로 격상…짧고 굵게 끝내자"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이 상황이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이다"

2020.12.14 16:4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차라리 3단계가 낫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최근 가파른 폭증세를 보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 사이에서도 확진세가 잡히지 않는 현 거리두기에서의 '장기적 고통'보다는 3단계 격상을 통한 '단기적 충격'으로 이를 극복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상황을 '짧고 굵게' 마무리해 다시 일상을 회복하는 편이 자신들에게 차라리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사장 A씨는 "이제는 확진자가 줄어드는 것 말고는 우리가 살 길은 없다. "지금이라도 3단계로 격상해 코로나19를 확실하게 잡는게 낫다"며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그것만 받고 (영업을 중단하며) 버티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사실상 '셧다운'에 해당하는 조치다. 병원·약국·주유소·숙박시설 등 필수 시설을 뺀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고, 기업에서도 최소 인력을 제외한 사원들의 재택근무가 의무화된다.

음식점·카페 영업 제한 조건은 2.5단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3단계에서는 8㎡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이 제한되고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카페는 테이크아웃(포장판매)과 배달만 할 수 있다.

3단계 격상 시에는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잡힐 가능성이 크지만 음식점이나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돈벌이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들 사이에서 3단계 격상 목소리가 나오는 건 코로나19 확산 불길을 잡아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작은 기대감 때문이다.

종로구 또다른 고깃집 50대 사장 B씨는 "솔직히 지금은 영업을 하는 게 안 하는 것만 못한 상황이다. 확진자 수 보면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전에도 차라리 3단계로 격상했으면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근 설렁탕집 사장 C씨(40대·여)는 "우리 입장에서는 2.5단계나 3단계나 다를게 없겠지만 (격상하면) 코로나19는 잡히지 않겠느냐"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이 상황이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른 견해를 가진 소상공인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이 되면 아예 수입이 사라져 희망도 없다는 것이다.


종로구에서 짬뽕집을 운영하는 C씨(40대)는 "지금 장사가 예년에 비해 안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점심장사라도 하니깐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것도 막으면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사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항상 우리에게 희생하라고만 하지 도와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동안 방역 조치도 믿으라고 하면서 결국 나아진 것이 없다. 3단계로 격상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라도 장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