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원태성 기자 = "내일 1.5단계가 시행된다는데 솔직히 뭐가 크게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종로구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직원 A씨(26)의 말이다. 16일 오전 회의시간 점장을 통해 '1.5단계 격상 소식'을 들었다는 A씨는 해당 방역 조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를 테이블 위에 부착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미 시행 중인 거리두기와 큰 차이를 모르겠다며 1.5단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방역당국의 결정에 따라 이날 밤 12시부터 거리두기 수준이 기존 1단계에서 1.5단계로 상향 조정된다.
사실상 '금지'보다 '제한'이 핵심이다. 중점관리시설인 유흥시설 5종의 '춤추기·좌석 간 이동'이 금지되는 것 등을 제외하면 사업주에게 대부분 인원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결혼식장, 장례식장, 미용실, 학원 등에서는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구체적으로는 50㎡ 이상의 식당과 카페는 Δ테이블 간 1m 거리 두기 Δ좌석·테이블 한 칸 띄우기 Δ테이블 간 칸막이 설치 가운데 하나를 정해 준수해야 한다. 영화관, 공연장, PC방, 독서실 등도 일행 간 좌석 띄워 앉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
1.5단계 대상 시설 '사장님'과 '직원' 상당수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종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정모씨(30대 후반)는 "적용 대상이라 가이드라인이 한번 봤는데 자리 간격을 띄우는 것 말고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는 건 모르겠다"고 했다.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0대)도 "1.5단계로 상향된다고 하지만 방역 기준이 생각보다 크게 바뀌는 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1.5단계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소상공인 생각은 다르지 않은 셈이다.
다만 1.5단계 방역을 지키지 않은 시설의 관리자·운영자에게 정부가 최대 300만원 벌금이 부과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씨는 "너무한 것 같다"며 "방역 정책에 협조 안 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제대로 된 보상 없이 그렇게 강제적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것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인데 일방적으로 희생하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밤 12시 기준 국내 신규 일일 확진자가 313명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29일 323명 이후 81일만에 300명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1.5 단계' 대신 영업제한을 감수하더라도 '2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종로구 PC방 사장 정모씨는 "오늘 신규확진자가 300명을 돌파했다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거리두기 수준을 더욱더 높인 2단계나 3단계까지 가지 않을까"라며 "(정부 방역 조치에 따른) 영업중단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정씨는 기자와 대화 도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을 보더니 곧바로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소상공인을 위한 뾰족한 대책이 있는 상황도 아닌데, 1.5단계 여파를 맞을까 소상공인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은 올해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