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명절이 돼도 원래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적적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더 울적하네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인근의 한 쪽방촌에서 만난 이모씨(66)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 쉬었다.
어렵사리 취재에 응한 이씨는 무겁게 입을 떼며 "너무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적적함과 서러움은 해마다 반복돼 일상이 된 지 오래. 이제는 무덤덤해질 만도 하지만 그는 "올해는 더 외로운 추석을 보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일가 중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조카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찾지 못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와서다.
이씨는 "코로나 탓에 올해는 집 안에서만 지낸 것 같다. 2월에 시작된 코로나가 가을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 스산한 날씨에 마음이 더 춥다"며 자신의 쪽방이 있는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불황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대구의 쪽방촌 주민들이 혹독한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유지하던 일용직 일감마저 코로나19로 잘 구해지지 않아 올겨울이 두렵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29일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지역 쪽방 거주 주민 중 50% 가량은 독거노인, 장애인, 만성질환 등으로 근로능력을 상실한 기초생활수급권자다. 나머지 절반은 일용직이나 행상 등으로 어렵사리 생계를 이어간다.
쪽방의 형태는 주로 여인숙이나 여관을 운영하던 곳에 무보증 월세 혹은 일세 형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낙후된 골목길 등에 종종 보이는 '달세방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여관 등이 그들의 보금자리다.
지난 연말 기준 대구의 쪽방 수는 1122곳, 거주자는 802명으로 추산된다. 중구가 294명으로 가장 많고, 서구(214), 동구(293), 북구(91) 순이다.
802명 중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주민은 29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원 대부분은 비수급자이거나, 주민등록 말소 등의 사유로 수급 여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수급 여부 미파악의 이유로는 쪽방 주민 대부분이 이동성이 강해 실제 주소지만 그곳에 두고, 다른 지역에 머무는 경우도 많아 전수조사가 어렵다는 점도 꼽힌다.
대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쪽방 주민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일회적인 복지 서비스 제공에 그쳐선 안된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이들을 위한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28일 경남 창원에서는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모녀가 쪽방촌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는 시신 부패 정도로 봤을 때 발견된 날로부터 약 열흘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에서의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쪽방 주민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