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다이어트의 적 '식탐호르몬'…노후엔 든든한 아군

역시 잘 먹어야 하는군요

2020.09.11 07:00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그렐린은 '식탐호르몬'으로 불리며 체중을 줄이는 사람들에게 애꿎은 원망을 들었지만, 최근 그레린이 노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서운 근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온라인으로 5일에서 9일까지 열린 제22회 유럽 내분비학회(ECE 2020)에서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오리엔탈 대학(University of Piemonte Orientale) 과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사람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은 노화하며 자연스레 근육의 양이 줄어든다. 사람의 경우에는 20대에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심한 근손실에 대해서는 근감소증(Sarcopenia)으로 진단된다.

근감소증을 비롯한 노년의 근육감소는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을 높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운동기능, 균형 조절이 줄어들어 낙상·골절 위험이 커지고, 기초대사량 감소로 인한 만성질환에 악영향을 끼친다. 무기력, 부상 우려에 활동이 줄어들면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식탐호르몬' 그렐린은 아실화(acylated), 비아실화(Unacylated) 두 가지 형태를 오가며 몸에 작용한다. 아실화 형태가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서 식욕을 유발하고, 위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비(非)아실화 그렐린에 관련된 미확인 수용체가 있다는 증거가 점점 쌓이고 있다"며 "비아실화 그렐린이 근육소모를 줄이고 그렐린의 전반적인 작용에 관여하는 것 같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실화 그렐린은 골격근 등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노화에서 아실화·비아실화 그렐린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피기 위해 그렐린 생산 유전자를 없앤 쥐와 비아실화 그렐린을 많이 만들어내는 쥐를 만들었다. 그렐린이 없는 쥐와 비아실화 그렐린이 많은 쥐를 비교한 것이다.

연구는 쥐들을 키우며 나이가 들어갈 때 근지구력과 근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피면서 이뤄졌다. 운동 기능과 근력변화는 줄에 매달리는 것을 이용해 측정됐다.

연구 결과 비아실화 그렐린을 많이 만들어내는 쥐는 그렐린이 없는 쥐보다 더 나은 운동능력·근력·근육의 구조를 보였다. 심지어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동갑내기 쥐보다 좋은 상태였다.

연구를 주도한 에마누엘라 아고스티(Emanuela Agosti)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아실화 그렐린 또는 유사한 물질을 노년 근감소증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근감소증은 노년 삶의 질과 정부의 의료비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예방·치료 연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비아실화 그렐린의 수용체와 작용 기작을 규명해 치료법 설계를 위한 후속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노년 근손실에 대한 기초연구로 치료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근감소증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 진단 그에 따른 생활습관 개선, 필수 아미노산 중심의 단백질 권장량 섭취 등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응책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