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철 기자 = "만기가 돼 전세보증금을 5% 올리려고 했는데 세입자가 거부하면 어찌 되는지요? 제가 임의로 내보낼 수 없다면서요"(A임대인)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가운데 임대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 동의 없이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되면서 '내 집을 내 마음대로 못 하냐'는 푸념이 나온다.
27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 따르면 전월세상한제에 대한 불만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전월세상한제란 계약기간 만료 후 계약을 갱신할 때 기존 임대료 대비 최대 5%로 제한하는 제도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임차인이 재계약할 때 임대인의 증액 청구에 반드시 응할 필요없다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임대인이 임대료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일 뿐이지 임차인이 이 증액청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꼭 5%를 증액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계약갱신 시 임대인과 임차인은 협의를 통해 기존 임대료를 기준으로 5% 범위에서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토부는 임대료를 인상하려면 집주인에 세입자에게 인상 사유를 증명해야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임대료 증액은 현재의 임대료가 임차주택에 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적절하지 않을 때에는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일 뿐 무조건 5%를 증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증액을 청구하는 측(집주인)에서 위와 같은 사유를 증명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5%마저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냐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세입자는 2년 계약을 마친 후 추가로 2년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아도 집주인 입장에서는 손쓸 방법이 없다. 남은 것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가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뿐이다.
한 세입자는 "지금 전세보증금을 확 올려서 다시 내놓아도 계약하겠다는 세입자들이 많은데, 그 5%마저도 내 마음대로 못 올린다는 게 말이 되나"며 "이제 집주인이 세입자 눈치를 보고 살아야겠다"고 토로했다.
향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현재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인상 요구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딱히 집주인들이 손 쓰기 애매한 상황"이라며 "명도소송에서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고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집주인들이 요구하는 임대료 인상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르면 2년, 길면 4년 후부터 집주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 전세보증금을 크게 인상하면서 '계약 갱신 시 인상안에 동의한다'는 특약을 넣을 가능성도 있다"며 "당분간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