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인류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전망이다. 이전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처음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을 비롯, 각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와중에 한국은 ‘코로나 모범국’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코로나 발병 6개월. 이전 6개월을 돌아보고, 이후 6개월을 내다보는 ‘코로나 6개월’ 시리즈를 22회 연재한다.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개월. 코로나19는 특히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에게 소득 감소와 고용 절벽 같은 경제적 고난은 물론, 사회적으로는 편견과 혐오 등 일종의 낙인 마저 찍었다. 재난이 지나가자 우리 사회 내부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이란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이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심화될 사회 불평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 재난이 지나간 자리 '빈부격차' 남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소득이 적은 하위 20%, 즉 1분위 가구를 살펴봤더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근로 소득이 3.3% 줄었다. 반면, 상위 20%는 2.6% 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쇼크가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임시 일용직의 경우 26만9000여명이 일자리가 사라진 반면, 상용근로자는 58만명이 늘었다.
총소득에서도 차이가 난다. 1분위의 총소득은 지난해에 비해 전혀 늘지 않았는데 소득 상위 20%의 5분위 가구는 6.3% 증가했다. 이같은 배경으로 빈부 격차를 가늠할 수 있는 5분위 배율은 5.41로 지난해 1분기 5.18 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1분위와 5분위 가구 간 소득 격차가 2년 만에 좁혀졌던 것과 달리 대조적인 수치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소득층은 씀씀이에서도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비 지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소득 상위 20%가 3.3% 감소한 반면, 소득 하위 20%는 10% 줄었다.
소득이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 속에 지출은 아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은 것이다. 지출을 줄인 내역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암담하다. 소득 하위 20%는 특히 가정용품과 가사서비스에서 지출이 47% 줄었고 보건 분야에서 11%, 수거 및 수도에서 10%의 지출이 감소했다.
사실상 줄이기 힘든 부분에서부터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전 국민을 가릴 것 없이 공포로 다가왔지만 특히 저소득층을 상대로는 아물기 힘든 생채기를 남기는 중이다.
◇ 북적이는 명품 매장과 긴급재난지원금…양극화의 '민낯'
"70세 늙은이입니다. 재난지원금 받아서 할망구 안경도 맞춰주고, 모처럼 국거리 소고기도 한 근 사고, 평소 먹고 싶었던 시루떡도 주문했습니다."(관련 기사 : 뉴스1 "할망구 안경 맞추고 소고기 한근…국가보호 생각에 가슴 뭉클")
70세 노인의 말처럼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고령층은 그나마 국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다.
반면 한쪽에서는 백화점 명품 매장, 고급 아파트 분양 모집에 줄을 서고 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양극화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였다.
지난 5월 초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샤넬 매장 앞에는 보기드문 오픈런 상황이 벌어졌다. 오픈런이란 백화점 문을 여는 오전 10시30분 전부터 줄을 섰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뜻한다.
샤넬이 며칠 뒤부터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다.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말마저 무색할 정도였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코로나19 광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지난 4월 국내 한 대형백화점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 줄었다. 하지만 수입 명품 매출만 따로 빼서 보면 11%가 늘었다.
지난 5월22일에는 서울 성동구의 한 고급 아파트 잔여물량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3가구 모집에 무려 26만4625명이 신청했다. 이 곳은 분양가만 15억이 넘는 곳으로 대출도 되지 않는 곳이다.
명품 매장과 고급 아파트 몰림 현상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우리사회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경제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회적 약자에게 더 아픈 건 '사회적 편견'
코로나19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을 직접 타격했다. 이들에게 코로나19는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다.
지난달 8일 서울 가리봉동의 중국동포교회 쉼터 거주자 중 최소 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는 대표적인 코로나19 취약계층이다.
구로구에 따르면 이들은 쉼터에서 남자와 여자로만 나눈 두 개의 큰 방에서 생활했으며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잠을 잤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이 일하기 꺼리는 건설노동현장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취약계층이 집단감염에 노출되는 사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쿠팡 부천물류센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취약계층이 코로나19 확산의 매개자가 되는데에는 노동 및 거주의 현실과 방역의 괴리가 적지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들을 더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비대면 서비스 욕구가 높아질수록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노동이 요구되지만 확진자만 발생하면 마치 자신들을 슈퍼전파자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아프게 다가온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