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이후 3년여만에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핵심 의혹으로 지목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검찰 수사의 향방에 따라 이 부회장의 신변과 앞으로의 경영 행보가 중대 기로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가 26일 오전부터 이 부회장을 비공개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2015년 9월 삼성물산이 합병에 따른 회계처리를 하면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콜옵션 공시를 누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본이 잠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단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에 이뤄졌다. 그해 5월 26일에 양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한 사실을 공시한 것이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에 따라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고 사명은 삼성물산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2015년 7월 17일 열렸고, 83.57%의 주주가 참석해 69.53%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이후 이른바 합병 직후 '통합 삼성물산'은 9월 1일자로 출범한 것이다.
당시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6.4%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2016년 2월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아 처분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에서 130만5000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2000억원에 매입, 지분율을 현재와 같은 17.08%로 높였다.
여기까지는 검찰과 삼성 양측에서 모두 인지하고 있으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되는 결과가 도출되기까지를 바라보는 검찰과 삼성의 입장은 확연히 상반된다.
우선 검찰은 이 부회장이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기 위해 회사가 조직적으로 삼성물산 합병안을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내기 위해 당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23.2%)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한 뒤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이때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 외부에 '합병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당시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수사 방향이다.
하지만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으로 대부분 주주들이 이익을 얻었지만 무리하게 최고경영진을 겨냥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가 현재 시가총액 40조원대 국내 3위 기업인데, 합병을 통해 지분 42%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입장에서도 큰 이득을 봤다는 설명이다.
삼성 안팎에선 최근 삼성바이오가 잇따라 굵직한 사업을 수주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감안해볼 때 검찰이 '바이오산업'의 비전과 가능성을 폄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도 반도체, 차세대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를 '3대 신성장산업'으로 지정한 데다가 삼성도 2018년에 Δ인공지능(AI) Δ5G Δ반도체 Δ바이오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또 삼성은 2015년 당시 합병비율 산정을 둘러싸고 '시세조종'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시장에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일축하는 경우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현재도 삼성물산의 주가는 자산의 60% 수준에 불과한데, 사실상 지주사라는 프리미엄과 바이오 지분가치 상승 등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데도 오랜 기간 낮은 주가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다.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은 2017년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사법적 판단을 받기도 했다. 2017년 10월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 소송'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법부가 인정한 합병 절차의 정당성을 검찰이 다시 문제삼으면서 부정하고 있다"면서 "검찰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이라는 것도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