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황 대표를 미워하지 않겠다."
"마음의 빚이 없다."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가."
종로에서 펼쳐진 4·15 총선 '총리 더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위원장은 특유의 짧고 굵은 '돌직구 화법'으로 선거운동 기간 동안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압도했다.
결정적인 대목은 지난 4일 오전 이 위원장의 "황 대표를 미워하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명륜동 유세 마지막에 "황 후보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 저 이낙연도 너무 미워하지 말라"며 "우리는 어차피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하는 처지다. 저부터 생각이 다르더라도 미워하지 않겠다.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도 입을 꼭 다물고 반드시 참겠다"고 했다.
이에 통합당은 "대권 주자인 줄 착각한다"고 발끈했고, 황 대표는 SNS에 '미워한다'는 글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미워하지 않겠다'며 손을 먼저 내미는 메시지가 '정권심판론'을 밀어붙인 황 대표 측을 더 자극한 것.
이 위원장은 황 대표 측의 여러 공격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야권을 향해선 최대한 수위를 낮춰 '정쟁보다는 국난 극복이 우선'이란 메시지를 반복해 전했다.
오히려 '임미리 교수 고발'이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전망' 등 여권 인사의 실책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더 크게 질타하고 사과했다. 유 이사장의 발언에는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가"고 강하게 비판했다.
14일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유세에선 "민주당이 부족한 것이 많다. 때로는 오만하다. 제가 그 버릇을 잡겠다. 때로는 국민의 아픔과 세상의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은 언동도 한다. 그것도 제가 잡아 놓겠다"며 "서운하고 아쉬우시겠지만 믿어 주시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총선 내내 스스로 자세를 낮췄다. 어렸을 적 별명이 '메주'였다며 농담을 하는가 하면, 자신을 '부족하다'·'남루하다'는 표현으로 지칭해 겸손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성과를 소개하고 치료제 개발 현황 등을 전해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세를 위해 방문한 전국 곳곳에서 늘 먼저 코로나19 방역 이야기를 꺼내고 "위대하신 국민들 덕분"이라며 치켜세웠다.
전직 총리로서 자칫 정권심판론의 타깃이 될 수 있었으나 소신 발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당론과 다소 결이 다른 '1가구1주택 종부세 완화'를 화두에 올리거나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없다"며 빠르게 '손절'에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이 위원장이 네거티브전에 네거티브전으로 응수하지 않으면서 황 대표 측의 프레임은 점차 힘을 잃었다. 유세 막바지 황 대표 측이 이 위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며 자극했지만 이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문 하나를 내고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14일 선거운동 마지막 일정이었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선거 막판에 고발을 두 건 당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전 선거를 여섯 번 했는데 한 번도 남을 고발 안 했다"며 "종로구민께서 다 아실 거라 생각해서 거친 말을 쓰지 않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날 거주지인 교남동에서 투표를 한 후에도 "네거티브를 당하긴 했지만 제가 한 것은 없다는 점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유권자들의 분별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