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스1) 김평석 기자 = 하루에 커피를 2잔 넘게 마시는 여성은 뇌백질 고강도 신호의 용적이 높아 뇌졸중, 인지기능 저하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이 국내 노인들의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과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이지만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을 과하게 섭취하면 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많은 양의 커피를 장기간 마실 경우 뇌로 통하는 혈류가 감소하고, 혈압 상승과 동맥 경직이 발생한다.
이렇게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관류 저하가 생기면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백질의 이상소견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뇌백질 고강도 신호’라고 부른다.
주로 노인들에게서 발견되며 뇌백질 고강도 신호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 뇌졸중과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이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기 위해 성남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49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일일 평균 커피 소비량에 평생 커피 소비 지속 시간을 곱해 계산한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이 높을수록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평균 커피 소비량에 따라 평생 비(非)섭취 그룹, 하루 2잔 이하로 마신 그룹, 하루 2잔 초과로 마신 그룹으로 나눠 그룹 간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을 비교했다.
하루 2잔을 초과해 마신 그룹은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이 더 적게 마신 그룹들에 비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평생 커피를 마시지 않은 그룹과 하루 2잔 이하로 마신 그룹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 연구 대상자를 남성과 여성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남성의 평균적 전체 뇌 용적과 뇌백질 용적이 여성그룹에 비해 컸다.
일일 평균 커피 소비량과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도 여성에 비해 높았다.
그럼에도 커피 소비량과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 사이의 관계성은 여성그룹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여성 그룹에서는 커피 소비량이 높을수록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이 증가한 반면, 남성그룹에서는 둘 사이에 의미있는 관계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장기간의 커피 섭취가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제시한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 카페인 섭취로 인해 뇌 관류가 저하되고, 혈압 상승과 함께 동맥 경직도가 증가하면서 노년기에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커피의 어떤 성분이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 증가를 유발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기웅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커피 섭취로 인한 뇌백질 고강도 신호 용적 증가 위험이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카페인 민감도가 높고 체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의 영향으로 인해 카페인 분해속도가 느린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하루 커피 섭취 권장량은 카페인 300~400mg으로 약 3잔 정도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하루 2잔을 초과해 섭취한 그룹에서 노년기 뇌백질 고강도신호 용적이 증가했다”면서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려면 더 많은 인구수와 인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커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올바른 커피 섭취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