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권내 대권경쟁과 향후 노선 논쟁까지 불붙이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피해 대책을 놓고 '백가쟁명'식 처방들이 여권 지방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 쏟아지며, 지방정부발 '정책 대결'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친문 핵심'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불지핀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전하면서 코로나 사태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기본소득·재난긴급생활지원비 등 '보편적 복지' 혹은 '광범위한 직접적 지원' 정책은 그동안 여권내에서도 다소 급진적인 방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이같은 안이 긴급처방으로 주목 받으면서 지지여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사이,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특단의 조치'를 내놓으며 실행, 검증 단계로 옮겨지는 모습이다. 정부 대책에 대해 '소극적'이라며 우려하거나, '효과없다'고 쓴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다만 이들은 보편적·직접적 지원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여권 단체장 중 누구의 대응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고 의미있는 성과를 남기는지에 따라 향후 대권구도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정책에 옮긴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18일 중위소득 100%이하 117만7000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별 30만~50만원씩 지원하는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도 "지금 추경으로는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 어렵다", "전례없는 비상상황에는 전례없는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19일엔 "요즘 재난기본소득이 논란이 되는데 온 국민에게 100만원씩 주자고 하면 50조원이 들어가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특정화된 계층을 대상으로 서울시처럼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지사는 최초로 내놓은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급'안보다 기준을 낮춘 안을 마련해 경남도 차원으로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이념적 논쟁을 의식한듯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명칭 또한 재난기본소득에서 '긴급재난소득'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9일 브리핑에서 "중위소득 이하 가구 100%에 대해 최대 50만원까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구당 가족수에 따라 50만원 이하로 차등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중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선별적 긴급재난소득만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는 있지만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선별로 인한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중앙정부에서 보편적 긴급재난소득을 추진해 주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본예산의 5.1% 규모의 1조1917억원에 달하는 1회 추경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극저신용자에 5년간 연 1%의 저리로 1인당 50만원을 무심사 대출하기로 했다.
대표적 'SNS 정치인'인 이 지사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민에게 월100만원' 기본소득 도입을 재차 촉구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미래사회에서도 기본소득제도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 로봇이 상징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소득과 자산의 집중이 격화되고, 일자리 부족과 대량실업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는 과거의 시혜적 복지정책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고전적 명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