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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 흥행 공식은 바로 레몬맛·장미맛?

애·어른 상관없이 돈만 벌면 장땡이냐

2020.01.11 09:00  
신체 사이즈에 따라 여성을 선택하는 내용의 '왕비의 맛' 유튜브 광고. © 뉴스1


'왕비의 맛'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된 이미지. © 뉴스1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선정적인 중국 게임 광고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점령하고 있다. 미성년자에게도 버젓이 노출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중국 게임들은 정작 게임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이 같은 '야한 광고'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중이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37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왕비의 맛' 광고가 유튜브, 페이스북에 노출되고 있다. 원래 이 게임은 지난 2018년 6월 '내가 왕이라면'이라는 타이틀로 출시됐다. 지난해 9월 왕비의 맛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시하면서 노골적인 성 상품화 광고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해당 광고는 신체 사이즈에 따라 여성을 선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미맛' '레몬맛' 등 여성 캐릭터마다 고유한 향과 맛이 있다고 내세운다.

후면 카메라가 3개인 아이폰11 옆에 가슴이 강조된 의상을 입은 여성 캐릭터 3명을 두고 "3개가 뭐야 우린 6개!"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어머니와 새아버지가 낳은 아기가 태어나면서 뒷전에 밀린 첫째가 아기가 젖을 먹을 때를 노리고 어머니의 가슴에 독을 발랐다가 새아버지가 사망했다는 내용의 광고도 있다. 이 게임은 15세 이용가다.

실제 게임 콘텐츠는 광고와 다르다. 하지만 자극적인 마케팅에 힘 입어 왕비의 맛은 10일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게임 순위 50위권에 진입해 있다. 내가 왕이라면 시절보다 높은 순위다. 앞서 지난 2018년 출시된 '왕이되는자'가 선정적 광고로 흥행에 성공하자 다른 중국 게임사들도 비슷한 시도를 계속하는 일종의 흥행 공식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광고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나이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지만 현재로선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 플랫폼 업체들은 부적절한 광고를 관리하고 있으나 광고가 워낙 많다 보니 차단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개별 광고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말을 아꼈다.

단속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Δ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일 경우 Δ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등급과 다른 등급을 표시할 경우 Δ게임물내용정보를 다르게 표시할 경우 Δ게임물 내용정보 외 사행심을 조장하는 내용을 포함할 경우에만 사후심의를 할 수 있다.

선정적인 광고를 하더라도 게임 내용과 광고 내용이 일치한다면 광고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 또 해당 광고를 하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감독, 관리가 어렵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지난해 9월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를 발족하고 게임광고에 대해 업계가 자율규제에 나설 것을 밝혔으나 이후에도 달라진 점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수의 해외 게임사들이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데에서 드러나듯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8년 6월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게임광고 사전심의가 가능해져 지나치게 선정적인 광고는 사전에 걸러낼 수 있게 된다.
다만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1년6개월째 계류 중이다.

사전심의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업체들은 선정적인 광고를 만들지 않고 있는데 굳이 사전심의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