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시 확대 찬반 논란".. 현장 교사들 이야기 들어보니

"현실적 대안은 정시 확대" vs "교육정책 과거 회귀".. 갑론을박 이어져

2019.10.31 20:13  

[파이낸셜뉴스] 지난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입시제도에 있어 정시 전형의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싸고 교사와 학부모, 대학 등 교육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교사의 10명 중 6명이 '정시 확대를 반대한다'라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0월 31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등에서 교사 3000여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2022학년도에 정시가 30%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인데 추가로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교사의 38.3%가 '전혀 그렇지 않다', 21.5%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학교에서 매일 학생들과 마주하는 교사들은 왜 정시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것일까. 혹은 정시 확대를 찬성하는 교사들의 이유는 무엇일지, 다양한 지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현실적인 대안은 정시 확대.. 눈치 보느라 생기부도 맘대로 못 써" / 서울 A중학교 역사교사

현재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임모(27) 교사는 학종의 취지 자체는 동의하지만 공정성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정시라고 밝혔다.

그는 “(정시 확대의 경우) 4차 산업혁명, 교육혁명의 시대에 발맞춰야 하는 공교육의 방향이 과거로 회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면서도 “학생, 학부모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정시라는 데에는 동의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학생들 생활기록부에 쓰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전부 쓰지 못한다. 반대로 의무적으로 특정 학생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줘야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처럼 평가권을 제한받는 상황에서 학종 전형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임 교사는 정시 확대 정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임 교사는 “과거 ‘개천에서 용 난다’던 사법고시의 경우에도 사교육 시장으로 편입되며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합격생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사실. 정시도 이와 마찬가지”라며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로또'와 같은 단발적인 시험제도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 “정시확대 반대, 학종 줄이되 내신 반영 전형 늘려야”/ 경기도 B고등학교 수학교사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수학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모(26) 교사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시 확대가 아닌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 감축을 주장했다.

김 교사는 “정시가 늘어난다고 해서 공정성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시를 늘린다고 해도 서울 강남에 있는 학생들이 훨씬 유리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사에 따르면 A고등학교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시가 아닌 수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 때문에 최근 들려오는 정시 확대 소식에 일부 학생들은 불안함을 표출하고 있다.

김 교사는 “학종의 경우 지방에 있는 학생들보다 서울권에 있는 학생들이 스펙에서 우월한 것이 현실”이라며 “아무래도 정보력이나 여타 조건들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정시 전형을 확대하기보다는 수시에서 학종 비율을 줄이고 내신 위주의 전형을 늘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수시∙정시 논쟁 소모적.. 대학 공공성 강화 정책 병행돼야” / 강원도 C고등학교 역사교사

1학년 학생들의 역사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이모(35) 교사는 대학교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정책에 대한 논의가 배제된 입시 전형의 비율 논쟁은 오히려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어느 대학을 가든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라면 대입제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평소의 생활기록부 등 평가도 온전히 자기 평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시 위주의 대입제도에서는 생기부 평가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입 자료로만 사용된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정시 위주의 전형으로 개편된다면 5년 도 안돼 ‘사교육 쏠림’, ‘고액 과외’ 등 수능의 폐단이 재차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교사는 “서열화된 대학 구조 내에서 학생과 학부모들도 피로를 느끼지만 교사들도 대입을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전부 펼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 전형 비중과 대학 공공성 제고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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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