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때 이른 ‘벚꽃 축제’에 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반도체 관련 소재 수출 금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국과 일본 간의 총성 없는 무역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니클로 등 일부 브랜드의 매출은 26% 가량 급락했으며 일본 자동차 판매고 역시 전월 대비 32.2% 가량 축소됐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7월 “일본 언론은 이번 불매 운동을 과거 사례와 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번 불매운동은 자발적으로 번지는 풀뿌리 운동이다. 아직 일본이 이를 감지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 같은 일본 불매운동의 불똥이 벚꽃 축제에도 옮겨 붙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상징인 벚꽃을 단체로 구경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일제의 유물인 여의도 벚나무도 모두 베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의 벚나무들은 일제에 의해 옮겨 심어진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한국정책방송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였던 1911년, 일제는 민족혼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켰다. 그리고 창경궁에 벚나무를 심고 동물원을 만들어 창경궁의 본질을 희화화했다.
이에 광복 이후인 1981년 정부는 ‘창경궁 복원계획’에 따라 창경궁을 가득 채웠던 벚나무 1000여 그루를 여의도 윤중로로 옮겨 심었다. 즉, 윤중로의 벚나무들은 일제가 심어놓은 우리의 아픈 역사라는 것이다.
다만 영등포 문화재단 측은 “저희 축제의 정확한 명칭은 벚꽃 축제가 아닌 ‘여의도 봄꽃 축제’”라며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해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 내년에도 축제는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벚꽃 축제에 일본에 대한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도 아닐 뿐 아니라 일본 벚나무와 한국의 벚나무는 종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 헌법에 따르면 국화(國花)로 특정 꽃이 지정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꽃은 국화(菊花)이며 벚꽃은 그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꽃에 불과하다.
아울러 국내에 심어진 왕벚나무들은 일본산 벚나무와 전혀 다른 국산 벚나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왕벚나무의 자생지는 지난 1908년 에밀 타케 신부에 의해 제주 한라산에서 발견됐다. 해당 표본은 유럽 학회에 보고되며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산 왕벚나무가 전혀 다른 수종임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지난해 국립 수목원이 한∙일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해독해 본 결과 ‘두 나무의 종이 아예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진해 군항제 주최 측도 “진해에 심어진 벚나무들은 왕벚나무로 일본산이 아닌 국내 수종이다. 거리 미관상 벚나무를 심은 것일 뿐, 일본과는 아무 관련 없다”며 “내년에도 차질 없이 군항제는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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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