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실업자·실업률 19년來 '최악'…공시 접수에 청년 실업자↑
작년 5월도 公試발 실업률↑…"기업 투자 유도해 민간 일자리 만들어야"
(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 = 공무원 시험이 매달 발표되는 고용지표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올해 지방직 공무원 시험 접수 일정이 4월에 몰린 탓에 4월 실업률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역시 124만명을 넘어 같은 기간 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던 공시(公試)생도 응시하는 순간 실업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시험 일정에 따라 월별 실업률은 등락이 클 수밖에 없다. 청년층이 공시에 몰리면서 원서 접수 기간에 따라 실업률이 출렁이는 것은 비정상적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9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4%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p) 상승했다. 실업자 수는 지난해 4월보다 8만4000명 늘어난 12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4월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모두 2000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2000년 4월 당시 실업률은 4.5%였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지난달 기준 10.0%로 2000년 4월 이후 최고치였다.
지난해 3월에 진행된 지방직 공무원 시험 접수가 올해는 4월에 몰리면서 실업률과 실업자 수가 모두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은 실업자 증가폭 8만4000명 중 5만여명 정도가 청년층 실업자인 것으로 분석했다. 4월 공시 응시생 규모가 37~38만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17만8000명 많았는데 이들이 실업자 수 증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연령별 실업자 및 실업률 통계를 보면 청년층에서 실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4만6000명 증가했고 실업률도 0.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9세 실업자는 지난해 4월보다 4만7000명 증가했다. 20대 안에서는 20대 초반(20~24세)에서의 실업자 증가(4만3000명)가 두드러졌다.
취업자 수를 봐도 전체 청년층은 4만8000명 증가했지만 20~24세에서는 3만9000명 줄었다.
이처럼 공시 접수 기간 영향으로 실업률이 급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지자체의 공시 접수가 몰려 실업률이 4.0%를 기록, 2000년 이후 동월 기준 최고치였다. 당시 청년실업률은 10.5%로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다른 나라는 청년층에서 일시적으로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일이 많지 않다"며 "공무원 모집 인원의 몇십배수가 지원하다 보니 (모집기간에 실업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고용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접수를 마감한 울산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경쟁률은 21.5대 1로 전년(17.8대 1)보다 더 치열해졌다. 지난 3월 서울시 공무원 9급 공채에는 3135명을 선발하는 데 무려 4만8019명이 응시하기도 했다.
청년층에서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해당 연령대의 '투잡 희망자'도 늘어나면서 4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5.2%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 과장은 "청년층 고용보조지표에 가장 많이 기여한 것은 공시 응시에 따른 청년층 실업자 증가"라며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 중 추가 취업을 원하는 청년 인구도 늘어나면서 체감실업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공시에 몰리는 한국의 고용구조를 기업의 투자를 기반으로 민간 일자리가 창출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구조 안에서는 청년 확장실업률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부가가치 만들 수 있는 민간으로 가서 일해야 하는데 (공무원 시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안 하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정부가 어떻게 하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