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의 부성애, 박보검의 순애보

입력 2025.03.28 05:59수정 2025.03.28 05:59
'폭싹 속았수다'서 처음 아버지 연기 "자식 잃은 아픔 표현하기 어려웠다" "분량 적어도 글이 좋아서 선택했다" "임상춘 작가와 다른 작품 하고싶다"
[인터뷰]박보검의 부성애, 박보검의 순애보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서다희 인턴 기자 = "그들의 하늘이 무너지던 날 처음으로 무쇠가 무너졌다. 아비의 울음이 파도를 덮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의 셋째 아이 동명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장면에서 나온 내레이션이다. 애순 곁에서 나무같이 우직하던 관식은 무너진다. 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32)은 말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운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어린 나이에 일찍 아빠가 된 인물이어서 '자식이 이렇게 됐을 때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표현했다. 대본에도 '무쇠가 무너졌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 장면을 찍던 날 비도 내리고 날씨도 흐렸다. 아이유씨도 진지하게 임해줬고, 동명을 연기한 아이도 실감 나게 연기했다. 도동리 있던 배우들도 한마음으로 연기해주셔서 그분들 얼굴을 보며 어떻게 연기할지 생각했다."

'폭싹 속았수다' 4막 공개를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에서 박보검을 만났다. 그는 이 작품에서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박보검이 아버지가 된 건 처음이었다. "새롭게 도전하는 인물이었다. 아역 배우들 부모님이 볼 때도 '우리 애들을 소중하게 대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연기했다. 촬영할 때마다 '내가 너희의 아빠야'라는 마음으로 했는데 아이들도 그렇게 바라봐 준 것 같아서 고마웠다."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에서 깊은 부성애와 함께 인생 단 하나의 여인을 향한 짙은 순애보도 보여준다. 그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관식이 배에서 뛰어내려 바다를 헤엄쳐 애순에게 돌진하는 순간이다. 박보검은 대역 없이 직접 수영했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하는 걸 좋아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주 앞바다, 다른 지역 바닷가 한 곳, 수중 세트장까지 총 3회에 걸쳐 촬영했다. 옆쪽에 이모들이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리는 실루엣이 보이는 정도로 멀었는데 목소리로 '고래가 온다'라는 응원이 들렸다. 물살이 바람 때문에 빗겨 나가는데도 응원에 힘입어 돌진했던 기억이 난다. 수영 코치들이 '엘보우가 좋다'고 해서 웃겼다. 이 장면을 글로 봤을 때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뛰어내리면서 수영까지 하니까 관식이는 진짜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작품 공개 전 제작발표회에서 박보검은 관식을 "애순이가 가는 곳마다 꽃을 심는 사랑 농사꾼"이라고 했다. '폭싹 속았수다'를 딱 1회만 봐도 이 말은 단박에 이해된다. "관식이는 애순이가 가는 길을 묵묵하게 도와준다. 조기도 주고, 고기도 주면서 묵묵하게 표현한다. 과묵한 인물이기에 목소리 톤도 낮게 잡았다. 감독님이 관식이가 운동선수고, 듬직한 인물이니까 증량하길 원했다. 그래서 4~5㎏ 찌웠다."
[인터뷰]박보검의 부성애, 박보검의 순애보
(출처=뉴시스/NEWSIS)

박보검은 청년 관식을, 중년 관식은 배우 박해준이 연기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중년 관식이 주로 등장하게 되고, 3막부터는 박보검을 과거 회상 장면 정도로만 볼 수 있다. 일부 시청자는 박보검 분량이 적어 아쉽다는 얘기도 한다. "저도 아쉽다. 까까머리 시절 청년 관식과 애순의 모습이 많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배우가 다 주인공이다. 저는 어린 관식, 청년 관식, 중년 관식 모두가 다 관식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관식을 그리워해 줘서 감사하다. 그렇지만 박해준 선배가 그려준 관식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했다. 4막에서도 관식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저는 분량과 상관없이 글이 너무 좋아서 선택한 작품이었다. 제 필모그래피에 이 작품이 있어서 감사하다."

'폭싹 속았수다'는 6·25 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 제주도에 온 피난민의 이야기로 시작해 2025년 현재까지 65년 세월을 그리며 시대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담는다. 이처럼 긴 시간의 흐름을 꼼꼼하게 담겨 있기에 '폭싹 속았수다'엔 제작비 600억원이 투입됐다. 박보검은 "상상하면서 읽었던 것들이 미술·의상·분장·소품 등으로 모두 현실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의 운율적인 연출 덕분에도 글이 현실이 된 것 같았다. '금은동호' 같은 것들도 실제로 있었다. 다 채워준 덕분에 드라마를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이입해서 봐준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세트장이 인상적이다. 모두에게 폭싹 속았수다(매우 수고하셨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2막 공개 이후 넷플릭스 TOP10 시리즈 비영어 TV쇼 부문 2위에 올랐던 '폭싹 속았수다'는 3막 공개 후에는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적인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인기가 뜨겁다. "신기하다. 한국 정서뿐만 아니라 가족 간 관계와 유대감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다. 제주도 풍경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집 앞에 있는 대문(정낭)도 한국적인 의미가 있다."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를 쓴 임상춘 작가와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 작품은 읽자마자 하고 싶어졌다. 제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삶을 글로 그린 작가님이 존경스러웠다. 연기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마다 작가님께 여쭤보면 '지금 잘하고 있다.
멋지게 표현했다'고 응원해줘서 감사했다. 작가님이 앞으로 어떤 작품 쓸지 기대가 된다. 전에 작가님을 씨앗저장소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그 씨앗 속에 또 한 번 꽃을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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