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희는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5 제1기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처음엔 '왜 나한텐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어' '설마…'라는 생각만 가득했다"고 털어놨다.
인생의 굴곡은 자신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악몽 같은 장면만 모은 편집본으로 바로 앞에 떨어진 것에 당황했다는 것이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거야' '꿈일 거야'라며 현실을 마냥 부정했다.
종교를 믿는 정선희지만 고통을 겪을 당신엔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만한 시련을 주신다'라는 말도 클리셰처럼 느껴져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살아야 했다. 급격하게 떨어진 체력을 위해 운동부터 시작했다. 마침 그 체육관엔 정선희와 절친한 코미디언 김영철도 다녔다. 그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정선희를 스쳐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복근만 주셔, 쓴희야!"
정선희는 "제가 그렇게 듣기 싫어했던 말을 김영철 씨가 웃음으로 승화시켜 줬어요. 그때 정말 번개를 맞은 것 같았어요. 제가 '분노의 카테고리'에 넣어뒀던 에피소드의 성격을 다른 걸로 바꿔놓은 거죠. '지울 수 없다면 내가 라벨을 달리해서, 카테고리를 달리해서 보관하는 수밖엔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누군가는 정선희를 운이 없었던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작 자신은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정리했다. 위기 때마다 스스로를 도울 일들이 생겼다고 했다.

이런 생활을 누리다 찾아온 말도 안 되는 고통 앞에 절망이 당연한데, 다른 일들이 그녀 앞에 주어졌다. 일본어 책 번역이 그 중 하나였다. 어릴 때 동시통역사가 꿈이기도 했던 정선희는 언어 습득 능력이 탁월하다. 가와카미 미에코 에세이 '인생이 알려준 것들'(2013), 고바야시 히로유키 '하루 세 줄, 마음정리법'(2015)이 '번역가 정선희'로서 대표작이다. 그간 방송계서 얻은 성취와 상관이 없는 커리어가 생긴 것이다.
"'인생은 다른 줄기로 넓게 살 수 있는 거구나' '내가 생각했던 저 밥상만이 수라상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밥상에 대한 관심과 만족도가 생기더라고요. 옛날에 차려졌던 밥상이 제대로 다시 차려져야만 '복귀' '회복' 그리고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가졌던 거, 옛날에 누렸던 걸 회복해야 세상이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 아시잖아요. 세상이 어디 내 계획대로 되나요? 다른 장르로 나를 몰고 가잖아요. 그래서 전 장르를 구분 짓지 않기로 했어요. '무(無)장르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부터는 하루하루 차려진 밥상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죠."
만족은 여유를 만들고 그 여유는 사람을 근사하게 만든다.
"자신과 뜨겁게 열애하세요. 스스로를 보듬고 매일 거울 보면서 '야 고생했다' '이 와중에 예쁘다, 곱다' 이렇게 한마디씩 해주세요. '풍파를 겪어 놓고도 이렇게 동안이기 쉽지 않아'라고 저 혼자 얘기해요. 누구도 그렇게 얘기해 주지 않거든요. 내가 해야 돼요. 맛도 느끼고 행복도 느껴야 돼요. 여러분의 행복 미각이 사라지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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