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한국 영화 아직 안 죽었어, 아직 잘 될 수 있을거야!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52)가 말했다.
지난해 11월22일에 개봉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지난 16일 누적관객수 1281만2199명을 넘기며 역대 박스오피스 톱10에 등극했다. '7번방의 선물'(1281만2186명), '알라딘'(1279만7927명), '암살'(1270만7237명) 등을 제치고 이룬 기록이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이브미디어코프 사무실에서 뉴스1과 만난 김원국 대표는 '신드롬급 흥행'을 축하하는 인사에 "스코어를 떠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게 고마웠다, 유튜브에 이런 것까지 만들어서 올려주시나, 이런 얘기까지 하시나 하면서 감사하고 신기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900만이나 1000만이나 똑같습니다.(웃음) 어려운 한국 영화 시장에 '서울의 봄' 같은 소재로 1000만 이상의 흥행을 한 것에 감사할 뿐이에요. 다들 천만 영화가 나올까 의심의 여지가 많았죠. 물론 '범죄도시' 시리즈도 있고 '아바타'도 있었지만 그 이후에 좋은 한국 영화들도 천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서 의미가 있어요. 사실 그런 건 좀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화가 잘 나오면 천만 영화 나올 수 있어, 그러니까 한국 영화 아직 안 죽었어, 아직 잘 될 수 있을 거야,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2.12. 군사반란을 정면에서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2023년의 영화'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흥행을 거뒀다. 관객들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역사 기반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고, '심박수 챌린지'에 도전하고 N차 관람 인증을 하며 열광했다. 영화 관련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도 많았다. 빌런 황정민이 실컷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인질'의 재상영이 이뤄졌고, 극중 전두광의 얼굴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포스터가 화제가 됐다. 이는 극장의 주요 타깃층인 10대부터 20, 30대까지 젊은 관객들의 열광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이 사건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 관객들과 기성 세대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표출하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요. 그렇게 다른 반응이 올 거라는 건 잘 몰랐어요. 젊은 관객들이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 신기한 사건이네' 할 줄은 알았는데 분노 쪽으로 감정이 더 기울어 가는 것을 봤어요. 어느 시사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를 '공정 세대'라고 하더라고요. 공정함에 대해 따지는 세대라고요. 그런 세대라 이게 가능하구나 싶었어요."
'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에게, 각자의 '영화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게 된 '천만 영화'였다. 그 뿐 아니라 이 영화는 2014년 창립한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로써도 처음 이뤄낸 천만 영화다.
"천만 흥행을 꼭 제가 해내야만 하는 건 아니었어요. 과거에 '쉬리'라는 영화도 있었고 그리고 '친구'라는 영화도 있었죠. 그때는 지금 같은 극장 관객 집계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천만'이라는 기록으로 남진 않았지만 지금 보다 더 어마어마한 스코어였다고 생각해요. 스코어를 떠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걸 느끼게 되는 게 고마웠습니다."
'서울의 봄'은 2016년부터 기획을 시작한 작품이다. 12.12 군사반란과 하나회 소재에 대해 이전부터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고. 다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것이 까다로운 일이라 고민이 컸는데, 톰 크루즈 주연 '작전명 발키리'(2009)를 보면서 충분히 2시간짜리 영화로 풀어내는 게 가능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하룻밤 사이 사건도 많고 인물도 많은데 그걸 배치 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가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던 중에 '작전명 발키리'를 봤어요. 하룻밤을 다룬 건 아니지만 그 영화를 보며 짧은 시간도 재밌게 보여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구성을 잡고 시간이 오래걸렸지만 여러 작가와 작업을 통해서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걸 또 김성수 감독님이 영화적으로 멋지게 각색 해주셨죠."
김성수 감독을 "영화의 장인"이라고 표현한 김원국 대표는 '서울의 봄'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준 김 감독에 대해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했다.
"원래 김성수 감독님의 팬이었어요. 남자들은 대부분 어릴 때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봐 김성수 감독의 팬이죠. 그게 감독님께 연출을 제안 드린 첫번째 이유였어요. 그리고 김성수 감독님은 캐릭터, 인물에 대한 연출을 정말 잘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영화 '아수라'를 보면서 되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헷갈리지 않아요. 참 대단한 연출가입니다. 기획의 시작은 작가 분들과 함께 한 거였지만 이 영화를 좋은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은 김성수 감독님이 계시지 않았으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평소 김원국 대표는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고, 그 같은 관심사가 기획하는 영화들에 반영되고는 한다.
"아이템이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이걸 만들자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일년 이상은 찾고 연구해요.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이게 (영화가)될 건지 안 될 건지, 어떻게 풀어갈지. 두 시간을 풀어야하는 거니까요. 근현대사 아이템을 '이순신 3부작'처럼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에요. '서울의 봄'을 조사할 때 다른 아이템이 생기듯이 그렇게 되는 거예요."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