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우리나라 암 생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법 등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지난 20년간 생존율이 꾸준히 올라 10명 중 7명의 암 환자가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위암, 결장암, 직장암 생존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고 폐암은 세 번째로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대한암학회는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암 연구동향 보고서 2023'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암학회가 이날 공개한 암 연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발생자 수는 2020년 기준 24만7952명으로 20년 전인 2000년(10만3056명) 대비 2.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명의 증가로 일생동안 한 번이라도 암에 걸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매년 암 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으로 나타났다. 그 뒤는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이 이었다.
발생률로 살펴보면 2020년엔 인구 10만명당 482.9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그중 남성은 563.8명, 여성은 435.6명을 차지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2000년 559.8명→563.8명으로 나타나 큰 변화가 없었지만 여성은 290.4명→435.6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여성 유방암 발생률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유방암 발생자 수는 2000년 6087명에서 2020년 2만4923명으로 4배 급증해 우리나라 암 발생자 수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여성 암환자 중에서는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33.3명에서 2020년 95.8명으로 그 상승세 또한 가파르다. 김 교수는 "빠른 초경, 늦은 출산, 늦은 폐경, 낮은 출산율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암 유병자 수는 2020년 227만679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0년(96만654명)보다 2.4배 증가한 수치다.
암 유병자는 1999년 이후 암 확진을 받은 뒤 현재까지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유병자가 10년간 2.4배 증가한 데는 국내 암 발생률이 증가한 데 비해 암 사망률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태용 서울대학교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유병자가 230만명이라는 건 암 환자와 그 가족들까지 생각한다면 전 국민의 20%가 암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65세 이상 암 유병자가 전체 인구의 13.4%나 차지하고 있어 더욱 체계적인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유병자가 230만명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 암 생존율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과 비교해 암 환자가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5년 간 사망하지 않고 생존할 확률을 나타내는 '5년 상대생존율'로 따져보면 2000년 46.5%에서 2020년 70.7%로 급증했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5년 생존율이 꾸준히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갑상선암, 유방암 등 생존율이 평균보다 높은 암이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암, 결장암, 직장암은 OECD 국가 중 생존율 1위를 기록했고 폐암은 3위를 차지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간담회에서 "이런 놀라운 실적은 수준 높은 암 통계의 생성, 국가암검진 사업, 연구자들의 우수한 연구에 크게 힘입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과 비교해도 국가암검진 항목에 가장 많은 암종이 포함돼 있다.
김태용 교수는 "생존율 향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가 암 검진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어떤 나라와 비교해봐도 아주 우수한 국가 암 검진 사업을 하고 있어 본인의 뜻만 있다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암은 아직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83년 통계 집계 이래 40년간 부동의 1위다.
암 사망자 수는 지난 2001년 5만9288명에서 2021년 8만2688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1년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전체 사망자(31만7680명) 중 26% 비중을 차지했고,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한 심장질환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암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흡연, 음주, 감염, 비만, 잘못된 식이습관은 대표적인 암 발생 위험요인인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다섯가지에 대한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암 발생의 30~50%는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담배와 담배연기에는 중독성 니코틴을 포함해 70여 종의 발암물질, 7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카드뮴, 비소, 벤젠, 크롬 등 1군 발암요인과 아세트산, 아세톤 등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며 "금연 시 5년 상대생존율이 12%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음주도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요인이다.